현대자동차 노조가 현대자동차 직원 신규 채용시 조합원 자녀들을 우선채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단체협약 안을 얼마전 대의원대회에서 통과시켰다.
이같은 단체협약 추진 사실이 알려지자 노동계는 물론, 언론, 시민사회들로부터의 비난과 비판이 쏟아졌다. 대의원 회의에 모인 다수 대의원들도 "노동조합의 방향성이 아니며 시대착오적이다"며 격렬히 반대했다. 그러나 이안은 가까스로 과반을 넘겨 대의원대회를 통과했다.
현대자동차 노조의 '조합원 자녀 우선채용' 단체협약 추진은 '정규직 조합원의 일자리 세습 기도냐'라는 비난과 함께 비정규직들에 심한 박탈감과 패배감을 주며 노-노 갈등을 더욱 야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위의 우려가 컸다.
100만을 넘는 청년 실업자의 눈에는 이같은 일들이 어떻게 비쳐졌고 건전한 상식을 가진 다수 시민들에게는 또한 어떻게 비쳐졌을까? 그런데 대우조선해양은 이미 1996년 이같은 단체협약을 체결했고 이에따라 일정 비율의 채용을 현재까지 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충격이다. 물론 대우조선해양의 단체협약에는 '동일한 조건'이라는 전제가 있다. 그러나 이것이 얼마나 설득력과 명분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우조선 해양은 지역에서 큰 신뢰를 받고 있다. 지역의 크고 작은 일에 동참하는 모습도 곧 잘 실천했다.
그래서 우리는 다정한 이웃이자 동료, 그리고 지역사회를 함께 끌어가는 동반자로 인식해 오고도 있다. 그런 대우조선해양이 자녀들의 우선 채용을 단체협약으로 명문화하고 있었다니….
양극화, 비정규직 차별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대우조선해양에 직영으로 입사하는 것은 개인은 물론 가족들 입장에서도 큰 행복의 조건으로 통하고 있다. 청년들에게 자신의 인생 설계를 당차게 시작할 수 있는 큰 계기로도 작용한다.
그만큼 대우조선해양 직영으로의 입사는 일자리를 구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는 분명히 매혹적인 가치다.
이런 일자리 환경에서 직원 자녀들에 대한 우선채용이 단체협약으로 돼 있고 그 자녀들 몫으로 채용의 일정비율이 고정화돼 온 사실을 알게 된 구직 청년들,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허탈과 상실감, 분노가 얼마나 크겠는가?
대우조선해양은 협약의 존재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전에 이루어진 사항이다며 피하려 해서는 안된다.
이 협약의 존재 여부에 대해 직원들은 물론 노동계, 비정규직, 지역사회 전반의 총의를 묻는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특권의 공고화, 소수의 혜택 보장이 대우조선해양이 추구하는 바가 아님은 분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떤가? 직원 자녀 우선채용이 아니라 비정규직으로 들어와 일정 정도의 훈련과 숙련과정을 거치게 한 후 이들의 정규직 채용 비율을 확대하는 단체협약 안을 추진하는 것 말이다.
명분이 훨씬 크고 가치로운 일이고 시대적 순응이다. 기회의 균등이 보장될 수 있다. '일자리 세습', '특권의 공고화'라는 비난 여론에서도 가볍게 벗어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대한민국 제조업에, 비정규직 대응에 모범을 보여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