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6∼8시 투표율 9% 상회, 야권 성향 표 대거 몰려…한나라당 반감도 '한몫'
4·27 도의원 재선거가 야권 단일후보의 승리로 끝나면서 지역정치에 새로운 분위기와 열기를 전해주고 있다.
야권단일후보였던 이길종 당선자는 '접전으로 갈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1,000표가 넘는 큰 표차로 승리를 안았다.
야권단일후보의 시너지 효과,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 표출, 한나라당 성향 무소속 주자 난립, 퇴근 후 근로자들의 대거 투표참여 등이 주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거제 중심에서 그렇게 공고했던 한나라당 아성을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이번 도의원 재선거는 지역 정치의 새로운 이정표가 됐고 야권이 단일화를 이루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분위기를 확산시키면서 내년 총선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정치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퇴근 근로자들 6시 이후…기록적 투표율이 승부 갈라
당초 이번 도의원 재선거의 투표율은 극히 저조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를 반증하듯 오후 6시까지의 투표율은 17%대에 머물렀다.
분당, 강원, 김해 등지의 선거 투표율이 30%를 넘고 있었던데 비하면 너무나 낮은 투표율이었다. 투표율이 20%를 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었다.
그러나 6시 이후 대우·삼성 조선소 근로자들이 투표장으로 대거 몰리면서 투표율이 치솟기 시작했다. 대동다숲, 고려, 덕산, GS자이, 덕산아내 등 조선 근로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중심으로 8시까지 투표행렬이 이어졌다.
6시에서 8시까지 2시간만에 이뤄진 투표율은 무려 9%가 넘었다. 기록적인 투표율이었다. 표수로 계산하면 6,000여 표다.
야권 성향이 강한 이 표들 다수가 야권단일후보쪽으로 몰리면서 이길종 후보가 한나라당 박행용 후보를 1,000표라는 비교적 큰 표차로 승리하는 결과를 낳았다.

◇야권 단일후보 시너지 효과에…한나라당 반감 대거 표출
이번 도의원 재선거는 한나라당 당선자의 돈 공천 문제에서 발단이 됐다. 때문에 한나라당은 재선거에 후보를 공천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한나라당 소속 전직 한 시의원은 "한라당은 이번에 공천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면서 "작은 것을 버리지 못해 더 큰 것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역구 국회의원 부인이 돈 공천 문제로 실형을 받는 등 지역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또 다시 공천을 강행하는 등 자숙을 보이지 않는 한나라당에 유권자들이 과감히 등을 돌려버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래도 한나라당 후보가 된다"는 경험적 과신의 결과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야권 단일후보가 대척점을 이루고 한나라당 성향의 무소속 후보까지 난립했다.
이번 재선거의 가장 큰 가치는 야권단일후보의 승리로 귀결된다. 지난 시장 선거에서 단일화 실패의 쓰라림을 맛 본 야권은 이번만큼은 "그래서는 절대 안된다"며 단일화 끈을 옥죄었고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후보를 세웠다. 단일화 이후에도 특히 민주당은 민노당 소속 단일후보의 승리를 위해 매진했다.
김성원 거제 민주당위원장은 "거제에서 야권이 단일화하지 않으면 한나라당을 이길 수 없고 또 단일후보가 정해지면 소속 당을 떠나 당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그런 자세로 이번 단일후보 승리를 위해 뛰었다. 내년 총선에는 우리도 후보를 낼 것이고 따라서 이번 재선거 과정은 내년 총선의 거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성향 후보들 난립…지지표 분산도 변수로 작용
한나라당은 지역에서 여전한 강자다. 그러나 구도에 따라 이렇게 큰 패배를 당할 수도 있음을 이번 도의원 재선거가 보여줬다.
한나라당 성향의 무소속 후보들이 난립하면서 한나라당 지지표가 분산된 것도 야권 단일후보의 승리에 기여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번 도의원 재선거는 내년 총선 및 2014년 지방선거에까지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환골탈퇴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자칫 야권에 지속적으로 텃밭을 내줄 수도 있다는 경고음까지 울리고 있다.
야권쪽에 대해서도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하는 단일화 과정과 결과가 없다면 이번 승리가 일회성으로 끝날 것이라는 강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