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산에 서서 망산을 본다
망산에 서서 망산을 본다
  • 거제신문
  • 승인 2011.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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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석 칼럼위원

망산은 거제의 가장 남단에 자리한 고봉이다. 산자락을 따라 동남쪽으로 걸으면 천장산으로 이어지는 줄기가 동남의 빛을 받아들이고 오른켠으로 명사해안과 다포를 품에 안은 다소곳한 기세가 솟아오른 산이다.

아래로 여차 해안의 절경과 대소병매도의 조화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과히 여기가 한려해상의 진수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요즘 등산인구가 급증한 탓인지 망산 봉우리에는 늘 등산객이 넘쳐난다.

아래 쪽 지방도의 여기저기에는 산행을 위해 주차된 크고 작은 차량들이 길을 막고 있고 대개 산의 북서쪽과 남쪽으로부터 시작되는 산행로는 늘 북새통을 이룬다.

비가 잦지 않은 계절이면 등산로에 먼지가 풀석거릴만큼 산길이 건조하고 삭막해졌다.

산봉우리에는 주말등산객이 늘 몇 백명쯤 붐빈다.

주봉 위치의 석탑둘레로 겨우 백 평도 안 되는 바위틈마다 등산객이 붐비다보니 기념촬영조차 어렵다는 푸념들이 쏟아진다.

망산의 이런 광경은 해가 갈수록 정도가 더해 갈 것이고 거제 최남단의 조망을 즐기자는 산행객과 관광객의 욕구는 산을 오르는 과열경쟁으로까지 부작용을 키워나갈 태세다.

문제는 망산에서 뭘 즐기고 어떻게 편히 조망권을 확보해서 많은 사람들이 한려해상의 수려함을 항시 즐기게 하느냐는 점이다.

지금과 같은 산행객의 증가와 비좁기 짝이없는 도로주차공간, 산행로의 환경으로는 망산이 그대로 망가지는게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렇다고 산을 오르기 위해 땀을 흘리며 찾는 산행길을 제한하거나 등산로를 막을 수 없는 일이고 보면 산을 보호하고 산행객이나 관광객에게 편의를 제공할 지혜를 지금부터 찾아야 한다.

산행을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 모두 망산 주봉만 가는 건 아니지만 망산 주봉으로부터 천장산에 이르는 조망권과 여차, 홍포, 대포와 명사에 이르는 해안조망을 확보하고 자연을 가능한 보호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이 승용차들이 몰리고 산행로가 비좁도록 방치하는 현상이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과거 여차해안의 모노레일화나 망산 주봉을 비껴가는 케이블카의 연계 설치 등 방안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늘 공염불 하듯 제안만 난무했던 지혜들이 아쉽기만 하다.

지금 거제는 거가대로의 개통 이후 한동안 염려해 오던 문제들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거제관광을 주마간산처럼 지나쳐버리는 관광수용의 무방비, 무대책이 여전하고 대로개통이 오히려 타 지역의 난간역할이나 한다는 비아냥이 난무하다.

그런 의미에서도 망산은 그저 산이 바다를 바라보는 것으로 망연히 서 있어야할 자리가 아니다.

망산에 서서 망산을 바라보는 필자의 심경은 모든 관광자원의 시야를 여는 힘이 애향심과 지혜를 제대로 갖춘 사람들에 의해 제 모습을 알 때만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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