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관련 프로그램 부재…독립적 장애인 복지관 설립 움직임도 '탄력'

"휠체어도 못 싣는 버스, 다니면 뭐합니까?"
거제시종합사회복지관(관장 박기련·이하 종합복지관)의 장애인 이용률이 극히 저조한 것으로 드러나 장애인 복지관도 겸한다는 당초 설립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개관 이후 종합사회복지관을 이용한 총 이용자는 24만5,545명 이었고 이중 장애인 이용자 수는 1만9,414명에 불과했다.
전체 이용자의 7.9% 수준이다. 같은 기간 노인 이용자 수가 9만784명으로 전체 이용자의 37%를 차지하는 것에 비하면 장애인 이용자 수는 현저히 낮은 수치다.
5월말 현재 거제시에 등록된 65세 이상 노인 수와 장애인 수는 각각 1만6,622명, 1만749명으로 비슷한 분포를 보이고 있다. 반면 종합사회복지관 이용률은 장애인이 노인의 1/4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장애인복지관과 노인복지관을 겸해서 종합사회복지관을 건립했다는 시의 설명이 허망해지는 대목이다.
종합사회복지관이 사실상 '노인 복지관'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 그래서 나오고 있고, 독립적 장애인 복지관 건립의 실증적 근거가 또한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손복식 지체시장애인협회 거제시지회장은 "종합사회복지관에 장애인관이 있지만 장애인들의 접근이 너무 어렵고 시설도 너무나 형식적이다. 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찾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난달 16일 본지 인터뷰를 통해 지적하기도 했다.
종합사회복지관이 운영하는 셔틀버스를 보면 '복지관이 장애인을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고 있는 현실이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은 일반버스 탑승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복지관측은 휠체어가 탑승할 수 있는 버스에 대한 배려 등이 없이 일반 버스 차량만을 셔틀버스로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의 시설 이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상황이다.
1급 절단 장애인인 김영식씨(63)는 "리프트 시설이 없는 버스가 신현 중심으로 돌며 노인들만 한가득 싣고 복지관으로 간다"며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은 도저히 갈 엄두를 내지 못해 주변의 장애인들 중에는 복지관 시설을 이용해 봤다는 사람이 없다"고 털어놨다.
장애인이 종합사회복지관을 이용하려면 시에서 운영하는 장애인콜택시를 부르거나 개인차량을 이용하는 방법 밖에 없다.
장애인복지시설이란 이름에도 불구,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 사회복지관 관계자는 "문제는 인식하고 있지만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셔틀버스 운행 등에 대해서는 논의하거나 진행중인 게 없다"고 말했다.
접근성 문제, 장애인 이용을 위한 시책적 배려 부재 등과 함께 종합사회복지관의 장애인 관련 프로그램의 부재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장애인들은 '불편을 감수하고 찾아가도 이용할만한 마땅한 프로그램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번도 복지관 시설을 이용해 본적이 없다는 한 장애인은 "종합사회복지관 홈페이지에 안내돼 있는 한 프로그램 문의를 해봤더니 신청자가 없어서 운영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며 "안 그래도 외진 곳에 있어 이용하기 힘든데 큰 맘 먹고 이용을 좀 해보려고 했더니 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아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장애인 이용 프로그램이 부실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복지관 한 관계자는 "많은 장애인이 찾아오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텐데 그렇지 않아 한정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용자 수는 많지 않지만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종합사회복지관이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 관련 프로그램은 난타1·2반, 배드민턴 반 등 총 10개 강좌로 노인 교육문화프로그램 39개 강좌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장애인 비례대표 김은동 시의원은 "프로그램이 없고 가기가 힘들어 장애인들이 못가는 상황인데 복지관에서는 사람이 안와 프로그램이 적은 것이라고 말한다. 선후가 뒤바뀐 거 아닌가. 노인복지관과 장애인 복지관을 짜깁기 했다는것 자체가 문제고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인들의 복지와 권익, 편의를 아우를 수 있는 장애인 전용 복지관 건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손복식 지장협 회장 역시 "종합복지관에 노인동과 장애인동을 함께 두고 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맞지 않는 발상이다.
이용하는 장애인들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모든 장애인들이 편하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고유의 장애인 복지시설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 여론이 조성되면 시나 의회에 적극 요구할 것이다"며 장애인 전용 복지관 건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거제시 종합사회복지관은 양정동 208-4번지 일원 7,450㎡의 면적에 90억원의 예산을 들여 연건평 5,251㎡ 지상 4층 규모로 지난해 4월 개관했다. 노인복지동과 장애인복지동으로 구성돼 있고 주요시설로는 주간보호실, 치료실, 체력단련실, 컴퓨터실, 강당, 식당 등이 있다.
노인과 장애인이 시설의 절반씩을 사용할 수 있게끔 설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