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녀는 다 죽어가는 소년을 위해 자기의 따뜻해진 속옷까지 모두 벗어 소년에게 입혀 얼어 죽는 것을 막았다. 그러나 정작 자기는 알몸이 되어 버렸다. 처녀는 어찌할 바를 몰라 난처해졌을 때 이를 지켜본 땅(地)의 신이 신통력을 발휘하여 땅에 구멍을 만들어 처녀의 몸을 감추어(藏) 주었다. 지장(地藏)이라는 용어는 이런 불교설화가 바탕이 되어 생겨났다.
지장보살은 이른바 '지옥이 텅 비지 않는다면 성불하지 않겠노라(地獄不空 誓不成佛)'고 서원한 분이시다. 따라서 지장보살은 불교에 있어 구원의 이상을 상징한다. 왼손에 든 쇠지팡이(錫杖)로 지옥문을 두들기고, 오른손에 든 구슬(寶珠)로 어두운 세상을 광명으로 비추고 있다.
지장은 지옥에서 고통 받고 있는 중생까지 구제되지 않으면 부처가 되지 않겠다고 서원했기 때문에 영원한 보살로 존재한다. 한국불교에서는 여성 평신도를 통칭 보살이라 부르지만, 본래의 의미는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은 돌아보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불도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서원한 사람을 말한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일찍부터 관세음보살과 함께 지장보살신앙이 크게 성행했다. 특히 죽은 조상들이 좋은 곳에 태어나기 위해서는 지장보살의 자비심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절집에 갔을 때 지장보살을 본존으로 모신 전각이 '지장전(地藏殿)'이다. 독립된 지장전이 없을 때는 명부전(冥府殿)에 시왕(十王)과 함께 봉안되어 있다. 명부전은 일반적으로 중심법당을 향하여 오른쪽에 배치되는 것이 원칙이다.
지장사상을 불교의 구원논리로만 접근하지 말고, 삶에 있어 배려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알게 하는데 중점을 두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불교는 바로 배려의 종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