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정 넘치는 동네…새 바람이 분다
온정 넘치는 동네…새 바람이 분다
  • 김경옥 기자
  • 승인 2011.0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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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최고야)23 동부면 율포마을

예로부터 뒤쪽으로 높은 산이 있고 앞쪽으로 물이 있으면 태풍과 전쟁으로부터의 피해를 막아 사람이 살기 좋은 터라 했다.

거제시 동부면 율포마을은 뒤로는 노자산이, 앞으로는 율포만이 있어 동부면 사무소가 최초로 설치될 정도로 일찍부터 사람이 많이 살았다.

율포항은 거제도 남방에 위치한 항구로 동해와 남해로부터 오는 적을 방어하는데 좋은 지형적 위치를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조선시대에는 율포진이 설치돼 있었다. 마을이름도 율포진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현재 120가구 200여명이 주민이 살고 있는 율포마을은 어업과 농업을 겸하고 있다. 푸른 바다에서는 멸치와 굴, 꼴뚜기 등을 얻고, 비옥한 땅으로부터는 쌀을 얻는다.

또 매년 3월이면 '봄철 진객'인 사백어를 제일 먼저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에서는 하천오염과 무분별한 정비사업으로 그 개체수가 줄긴 했지만 이른 봄이면 일 년 중 한 달간만 맛볼 수 있는 사백어 요리를 즐기려는 미식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매년 5월부터 11월은 멸치를 수확하는 철이다. 율포마을 멸치는 품질이 좋아 다른 지역 멸치보다 25% 정도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현재 15가구가 멸치어장을 관리하며 가구당 연간 2,000만원 가량의 수익을 올린다고 한다.

율포마을은 그 옛날 넉넉했던 우리네 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도 한 집에서 제사를 지내면 다음날 아침 마을사람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그 집 제사음식을 나눠 먹으며 훈훈한 정을 나눈다. 마을의 길흉화복을 함께하며 맺어진 끈끈한 유대감이 아직 남아있는 것이다.

동부초등학교 율포분교는 마을의 또다른 자랑거리다. 박성찬 이장(42)은 "학교 규모는 작고 학생 수는 많지 않지만 학력은 우수한 편"이라며 마을 어린이들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았다. 특히 마을주민들의 높은 교육열이 율포분교를 끝까지 지켜낸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박 이장은 "운동회나 소풍 등 학교 행사에 마을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요즘 율포마을은 발전적인 고민에 빠져 있다. 주민들이 참여해 새로운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체험마을' 형태의 사업을 구상중이기 때문이다.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어촌체험마을을 찾아 자료를 수집하며 율포마을에 어울리는 주제를 찾고 있다. 바다가 잔잔하다고 해서 그 수면 아래도 고요한 것은 아니다. 평온하고 살기 좋은 율포마을에 새롭고 역동적인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오수 유입, 연안 오염 가속
하수처리시설 구축 '시급'

■ 박성찬 율포마을 이장  인터뷰

동부면에서 가장 젊은 이장인 박성찬 이장. 그는 마을 발전을 위해 기반시설 구축에 역랑을 집중하는 한편 새로운 도전에도 나서고 있다.

박 이장은 "마을 안길이 큰 차가 다니지 못할 정도로 협소하고 포장이 깨진 부분이 많아  불편하다"면서 "확·포장공사를 해야 하지만 마을 하수처리시설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라 불편해도 참고 있다"고 말했다. 하수처리시설을 설치 할 때 또다시 길을 파헤쳐야 하기 때문에 마을 안길 포장을 보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마을 공동하수처리시설은 바다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시급히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각 가정마다 사용하고 있는 하수처리시설로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마을에서 버려진 오수가 그대로 바다로 흘러들어가면서 연안 오염도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때문인지 최근에는 바지락과 물고기 어획량도 많이 줄었다고 한다. 박 이장은 "예전에는 대나무 하나만으로도 고기를 한 바구니씩 잡았다던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행정에서도 인구가 집중된 도심지역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외각지역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작지만 강한 어조로 말했다.

거제시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소외되는 지역이 없도록 행정이 세심한 배려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이장은 마을주민들의 소일거리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이 동네 사랑방에 모여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면서 작은 일거리로 용돈을 벌면 좋지 않겠냐는 생각에서다.

마을발전과 연안보호, 두 마리 토끼를 잡기위한 박 이장의 도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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