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우조연상이 발표되었는데 수상자는 뜻밖에도 아주 왜소하고 예쁘지도 않고 나이도 많은 배우였다. 이 배우는 주로 악역을 전문으로 하거나 성격이 특이한 독특한 배역을 맡았던 배우였다.
수상자는 천천히 무대에 올랐다.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은 다른 스타들처럼 멋진 수상소감을 기대했다. 그런데
"저는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그 한마디만 하고는 트로피를 번쩍 들었다. 연회장에 있던 수백 명의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뜨거운 기립박수를 보냈다.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그녀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조연으로서 충실히 연기했으며, 화려한 주연의 그늘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배역에 충실하려 했는가를.
뉴욕 필하머니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던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바이올린 제1연주자는 하려는 사람이 많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그러나 화음을 받쳐줄 제2연주자는 구하기 어렵다."
학교에서 음악지도를 할 때보면 합창보다는 독창을 하고 싶어 하고, 악대부의 악장은 좋아하지만 심벌즈를 담당하면 학생도 학부모도 시큰둥하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드러나기를 원한다. 화명한 조명 아래 청중들의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서고 싶어 한다.
배우의 로망은 주연이다. 그러나 극의 완성도는 '폼 나는 주연' 때문이 아니라 '맛깔스런 조연'이 있기 때문이다.
주연 배우에 비해 등장하는 분량이 적지만 그 짧은 순간에 강한 인상을 남기는 '미친 존재감'의 조연배우가 극의 재미를 더해준다.
따지고 보면 인생에 있어서도 자기 삶의 주인공은 '나'지만 다른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는 영원한 조연일 뿐이다. 화목한 부부란 남편은 아내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멋진 조연이 되어줄 때다. 성공한 사람들의 곁에는 언제나 훌륭한 조연이 있었다.
'1박 2일'에 출연했던 조연배우들의 특집은 그래서 의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