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거제시에 거점을 둔 양대 조선소의 해양설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일반 상선의 비중을 초월한지 오래다. 올해에 올린 수주실적을 보면 삼성중공업의 수주액 중 해양플랜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70%이며, 현대중공업의 경우 64%,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50%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자재가 국산화된 일반 상선에 비해 해양설비(OFFSHORE)분야는 장비의 국산화 비중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자료에 따르면 해양설비 기자재 국산화율은 현재 20% 정도로 극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양대 조선소의 주력 생산품 중 하나인 드릴쉽은 전체 선가의 38% 수준의 드릴링 장비를 노르웨이의 NOV, AKMH 두 개 회사에 전량발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드릴쉽 선가가 6억 달러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약 2억3,000만 달러(한화 2,500억원 가량)는 드릴링 장비 공급회사에 고스란히 흘러 들어가며, 각종 수입 장비와 수입 강재 등을 고려해보면 절반을 훨씬 초과하는 금액이 외국계 회사로 흘러 들어간다.
드릴링 장비 회사가 독과점 기업이다 보니 배를 건조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장비부터 확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우리가 구매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요구조건을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FPSO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기술집약형 설비라고 알려져 있지만 이 역시 기자재의 국산화율은 20%에 불과하다. 약 20억 달러(한화 2조2,000억원) 가량인 FPSO 한 척당 기자재가 차지하는 비율이 60%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약 9억 달러(한화 1조원) 정도는 외국계 회사로 흘러들어간다.
거기에 자체 설계능력마저 부족해 외국계 회사로 흘러 들어가는 기술 용역비와 감리비, 특허 로열티까지 포함하면 국내에서 발생되는 경제적 가치가 그리 큰 것만은 아니다.
이 때문에 해양 설비 기자재의 국산화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으며, 특히 이곳 거제시로의 유치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대표적인 드릴링 장비업체인 NOV 같은 경우, 하청면 실전리 인근에 자체공장을 가지고 있지만 본 제작은 중국에서 하고 재조립만 이곳 거제공장에서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 세계 드릴링 장비의 100%를 한국에서 만드는 실정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장비사가 국내 경제에 주는 영향은 미비할 따름이다. NOV KOREA에서 국내에서만 기 수주한 드릴링 장비가 2011년 6월 기준 40세트(84억 달러, 한화 9조2,400억원)가 넘고, AKMH도 그에 준하는 수주를 한 상황에서 국익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거제 제작 공장 유치 및 확대는 시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장비사가 거제시로 유치된다면 대형 조선소 하나가 새로 들어선 것과 똑같은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두 개 회사의 일부 생산라인만이라도 거제시로 유치할 수 있다면 연간 10조원 매출 규모의 신규 산업체가 들어선 것이나 진배없다. 또 적어도 5만명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가 발생하고, 8만명 이상의 인구증가가 예상된다.
철저하게 독과점화 되고 있는 해양 설비용 장비들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기술자들이 투입된다면 그것은 단시일 내에 그러한 기술을 국산화하는 초석이 될 수도 있다.
과거 마산 수출자유지역 내에 일본·미국계 전자제품 업체들이 유치되고 난 후 우리가 그들과 같은 제품을 만들어내 상용화하고 그들의 기술을 오히려 추월하기까지 얼마나 짧은 시간이 걸렸는지 생각해 본다면 우리는 한 번 더 이러한 일의 당위성을 확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