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 구장선거에서부터 대통령 선거까지 치르고도 잘못된 보궐선거가 끼어드는 형편이니 때로는 동네 구장선거도 한번 못나가는 필자 같은 처지는 후보 고르는 일조차 성가시어 자주 투표조차 거르는 셈이지만 가끔은 그 민심이란게 참 묘하구나 싶은 때가 있다.
우선 요즘 나타나는 민심의 특징이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이 강하다는 느낌이다. 한때 작대기만 꽂아 놓아도 특정 정단 공천이면 당선이라는 지역특혜는 이제 사라진 듯 하다. 그 원인이야 어디에 있건 적어도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 각지에서 여당 공천을 받고 당선을 예약한 듯 설쳐대던 후보들이 줄줄이 낙마하는 사태가 다반사로 일어난다.
마냥 같은 수법, 식상한 메뉴로 밥상을 차리기에는 우리 유권자들의 입맛이 아주 까다로워 졌다는 것쯤은 다 알 일이지만 아직도 공천배후를 거들먹거리며 줄서기와 패거리 근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물들이 늘 후보로 거론되는 일을 보면 아직도 선진민주화의 길이 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우리 거제지역은 선거 후의 후유증이 끊일 날 없는 부끄러운 현실을 안고 있다. 혹자는 '먹고 살만한' 지역이다 보니 부작용이 만만찮은 형편이라고 자위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당치도 않는 말씀이다.
지금 우리사회가 저지르는 가장 큰 잘못 가운데 하나는 명색이 선거후보라고 나서는 사람들이 어쩌다 당선되면 공인이 된다는 긍지와 책무에 소홀하다는 점이다.
남들처럼 풍족한 가정경제를 누리고 명예까지 얻으면서 공인노릇도 하겠다는 자세라면 이는 과욕을 지나쳐 죄악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가는 형국이란걸 명심해야 한다.
공인을 스스로의 부와 이익을 초월하여 공동체에 봉사하고 희생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각오를 명예로 삼고 실천해야 한다.
대체 굶어죽는 사람도 없는 오늘날에 무얼 그리 욕심나서 돈도 벌고 이름도 얻는 일에 이전투구하고 뻔히 교도소가 보이는 일을 자청하고들 있는가.
공인이 뭔가를 배우려고 하지 않고 배운 적도 없는 사람이라면 지금이라도 선거후보를 단념해야 한다. 또 이순간이라도 그런 자리에 있으면서 공인의 각오와 자세에서 이탈했다고 느끼는 처지라면 용기있게, 당당하게, 벗어던지는 자세가 절실하다.
처자식에게 고통을 주고 주위의 멸시를 받아가면서 자리에 연연하는 인간이 거제의 지도자인양 행세하는 풍토가 계속되는 한 지방선거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고 선거휴유증의 여파는 시민건강을 해치는 스트레스로만 남을 것이다.
변해가는 민심이 제대로 읽지 못하는 후보들이 개인적인 영달만 생각하고 설쳐대는 선거판은 제발 사라져야 하고, 그런 후보자가 어쩌다 공천이니 연줄이니 해서 지지를 악용하는 폐단만은 이제 사라져야 할 때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