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唐)나라 때 유미주의 시풍으로 수사문학을 이끌었던 이상은(812-858)의 '눈물(淚)'이라는 시는 고사(古事)에 나타난 슬픈 눈물들을 모은 시다.
사랑이 금지된 궁중 나인(內人)이 흘리는 눈물, 임 실은 배가 떠날 때 강가에 홀로선 여인이 흘리는 눈물, 요(堯)임금의 딸이며 순(舜)임금의 아내가 된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이 순이 죽었다는 소식에 상강(湘江)에 투신하게 되는데 그 때 흘린 눈물이 대나무에 얼룩져 반죽(斑竹)이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도 담고 있다.
서진(西晉)의 양호(羊祜)가 양양(襄陽)을 다스릴 때 민심을 얻어 그가 죽자 백성들이 현수비(峴首碑)를 세우고 흘리는 눈물, 한(漢)의 원제 때 흉노가 후궁과 혼인하기를 요구하자 원제는 궁녀들의 초상화를 그려 올리게 하여 그 중 가장 못생긴 왕소군(王昭君)이 뽑히는데, 이는 자신의 미모만 믿고 뇌물을 주지 않자 화원이 못생기게 그린 탓이었다. 왕소군이 고국을 떠나며 흘리는 눈물도 시에 나온다.
해하(垓下)에서 유방(劉邦)에게 패한 항우(項羽)의 군졸들이 밤에 초가(楚歌:고향의 민요)를 듣고 적에게 투항하자 장막에서 흘리는 영웅의 눈물, 오늘 아침 다리에서 귀인을 보내고 홀로 처진 서생의 눈물이야 어디 그만이야 하겠냐마는 그 내면에는 홀로 남은 자의 고독이 얼마나 슬픈 것인가를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문학에 나타난 눈물이 대개 슬픔, 고독, 이별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면 이번에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발표되자 남아공 더반에서 이건희 회장이 흘린 눈물은 '인간 이건희'가 물씬 풍기는 눈물이었다.
재벌 총수도 웃고, 울고, 화내는 우리와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