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일, 포로수용소에 가두지 마라
김백일, 포로수용소에 가두지 마라
  • 거제신문
  • 승인 2011.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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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용 거제경실련 사무국장

간략하게 김백일 동상 논란의 전개과정을 살펴보자. 포로수용소 공원 내 김백일 동상의 설치과정은 해병대 상륙작전처럼 은밀하게 준비되고 전격적이었다.

애초에 속초에 세우려다 시민들의 반대로 동상건립이 무산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저간의 사정은 이해가 된다. 반면, 뒤통수를 맞은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김백일 동상의 건립에 당연히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친일인명사전에 기재된 악질 친일파였다. 여기까지는 정해진 수순이다. 무감각하게 일을 처리했던 거제시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때 예상 밖의 경남도의 개입이 있었고, 절차적 하자로 김백일 동상 문제가 가닥을 잡으려하자 이번엔 보수단체가 행정소송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이 시점에 시민단체의 조급증이 발동했다. 동상에 검은 비닐을 덮고, 쇠사슬을 두른 것은 조급증에 기인한 모험주의였다. 일부의 사람들에겐 김백일을 부관참시(剖棺斬屍)한 것 같은 충격적인 사진들이 중앙언론을 타고 전국에 전파되었다.

대중적 공감의 확대와 명분을 축적하면서 명분과 이성적 논리의 우위에 서있던 시민사회단체가, 이 성급한 퍼포먼스 한 번으로 수세적으로 몰리게 되었다. 이 쇼 한 번으로 보수우익의 분노와 반격이 납득이 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안타깝게도 김백일 동상문제는 이제 이성과 논리의 싸움이 아니라 감정적 대립의 문제가 되었고, 급기야 보수극우파의 전가의 보도인 색깔론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김백일 동상에 대해서 처음부터 친일이냐 아니냐의 문제로 국한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극우파 조갑제의 개입은 김백일 동상 문제가 가장 우려했던 좌우의 이념적인 문제로 비화되었다는 뜻이다.

이데올로기는 당연하게 편을 가른다. 친일이냐 반일이냐도 역시 이데올로기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여전히 친일문제에 민감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정통성문제도 있겠지만 사실은 해방 이후 이승만 정권하에서 반민특위에서 친일청산이 결국 실패하게 되면서, 이 문제가 우리 사회의 여권 주류세력을 공격하는 가장 좋은 정치적인 소재로 부곽 되었다는 점이다. 광복 후 두세대가 지난 지금도 이 문제는 여전히 정치적이다.

따라서 김백일, 백선엽에 대한 친일문제 제기는 논리적으로 당연히 이들과 비슷한 인생행로에 있었던 박정희 대통령까지 비화된다.

있는 사실을 사실대로 그리고 서로의 다름은 다름대로 인정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최인훈의 소설 광장이 남긴 비극적 숙제를 극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동상은 우상 숭배적이다.

더구나 휴머니즘으로 이념대립을 넘어서 평화와 화해의 장이 되어야할 포로수용소 유적공원과 김백일 동상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김백일을 위해서라도 김백일을 포로수용소에 가두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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