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글에서 선박이나 리그에 탑재되는 드릴링 장비에 대해서 검토해보았다면 이번에는 그러한 장비의 하부, 즉 해저에 설치되는 심해저 설비에 대해서 한번 알아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장비로는 크리스마스 트리(Xmas Tree), BOP(Blow Out Preventer), ROV(Remotely Operated Vehicle) 등이 있다.
이러한 장비들은 심해에서 사용되는 장비이기 때문에 극한의 수압과 온도를 견뎌내야 하는 내구성과 정밀성이 요구된다.
심해저 설비는 심해저 장비(탐사, 부품, 재료, 진단), 심해저 플랜트(배관망, 매니폴더, 시추, 모듈시스템), 심해저 인프라(모니터링, 통신, 시뮬레이터) 등으로 구분된다.
앞서 언급한 크리스마스 트리나 BOP가 심해저 플랜트의 범주에 속하며 ROV 같은 장비가 심해저 장비의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심해저는 극한의 수압과 온도를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300기압에서 600기압을 견뎌내야 하는 초 고강도가 요구되며, 티타늄 합금 같은 특수 합금이 사용되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심해저 장비들은 선진 기업이 시장 카르텔을 형성하여 독점하고 있고, 에너지 자원 메이저들과의 연계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또 오랫동안 축적된 원천기술과 사업실적 등으로 인해 시장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이러한 높은 장벽을 달리 본다면 소수의 과점 기업들로 이루어진 시장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쟁에 취약한 이점이 있어, 진입만 한다면 시장을 확보하고 넓혀나가는 일은 비교적 쉽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는 이미 이러한 장비에 익숙해져 있고, 이러한 장비의 기본적 메커니즘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이러한 기자재를 국내에서 조립하기 시작하여 기술의 영역을 조금씩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심해저 장비들은 초 고가의 장비들이기는 하나 그 장비 자체는 비교적 단순하다고 할 수 있다.
먼저 크리스마스 트리는 각종 파이프와 밸브들의 결합체로서, 유정 상단에서 석유 생산 장비까지 연결되어 석유 및 가스의 유출을 조절할 수 있게 만드는, 일종의 수도꼭지와 같은 역할을 하는 설비이다.
BOP(Blow Out Preventer)는 일종의 방폭기로서, 유정을 폐쇄시켜 유정의 유출을 막는 거대한 밸브 집합체이다. 사용되는 모든 구경의 파이프를 즉시 절단하고 폐쇄하거나 개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Subsea Control System의 핵심이 되는 설비이다.
대표적인 공급처는 미국의 슐름버거(Schlumberger), 카메룬(Cameroon) 같은 회사들이 있다. ROV(Remotely Operated Vehicle)는 일종의 심해저 무인 로봇으로, 최고 수심 6,000미터 이상의 심해에서도 시야를 확보하고 모니터링하며, 일정 범위 안에서 결착 및 분해 작업도 할 수 있는 로봇이다.
미국의 실링 로보틱스(Schilling , 러시아의 에프론스(EPRONS) 등에서 공급한다.
이러한 심해저 장비들은 특수 재질과 특수 선형으로 제작되어야 하지만, 원천기술만 확보할 수 있다면 밸브나 로봇 시스템은 국내 기술을 적용하여도 얼마든지 제작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
서두에 이미 언급한 것처럼 이러한 장비를 국산화 하고 발전시켜나가는 일은 해양설비 산업 부분만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가 달려있는 해양과학 기술 발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기 때문에 제품개발과 국산화를 서둘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국내 조선소들에서 수요가 폭증하는 현시점에서 외국계 제작 업체들을 국내로 유치하는 일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