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초 가죽제품 매력에 반해 '공예의 길'로 접어들어…30여년 동안 '혼신의 작업'
숙달된 기능·아이디어면 누구나 창작…거제 공예 활성화·대표 관광기념품 제작 '꿈'

무생물에 혼을 불어넣는다. 거친 가죽과 차가운 금속에 뜨거운 손길이 덧씌워 진다.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이 장인의 열정으로 되살아난다. 30여년 동안 흘린 땀방울 속에 공예의 혼이 묻어난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공예 외길을 걸어오고 있는 김흥수 거제시공예협회장(54). 지난 7월, 제14회 경상남도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그를 자신의 작업실인 유정아트에서 만났다. |
- 공예작업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 80년도 초반으로 기억한다. 당시 울산에서 영업직에 종사하고 있었는데 길가 쇼원도에 진열된 수많은 가죽제품을 보고 한눈에 반했다. 곧바로 배울만한 곳을 찾았고 그곳에서 운영 중인 공방에 들어가 공예의 기본을 익혔다. 이후 부산에서 1년 정도 공방을 운영하다 1985년 결혼을 하면서 고향인 옥포로 돌아왔다. 이때부터 유정아트를 만들어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 공방을 운영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 승승장구했다. 가죽공예로 시작한 뒤 금속과 나무 등으로 표현의 영역을 넓혀갔다. 하나의 제품에만 몰두하지 않고 귀걸이나 목걸이 등의 다양한 악세사리를 만든 것이 주요했다. 남대문 시장에 제품을 납품하기 시작한 87년도에는 얼마나 바빴는지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제품을 내놓기만 하면 날개 돋친 듯이 팔렸다. 젊은 친구들의 호응이 대단했다. IMF당시에도 환율의 영향으로 수출이 더 잘됐다. 당시 공방 직원만 해도 20여명 가량이었다.
-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남달랐는지.
△ 아버님께서 배를 만드는 목수셨다. 뱃사람들 사이에서는 명장으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분이셨다. 그 피가 어딜 가겠는가? 스스로 생각해도 남들보다는 창의력과 창조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 무엇을 만들던지 남보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강했다. 공예품을 만든다고 하니 아버님은 별로 탐탁지 않게 여기셨다. 큰 작업을 하던 아버님 눈에 공방작업은 아이들 장난처럼 보였을 거다. 그래도 아들이 즐거워하고 성과도 내니 차츰 인정을 해주셨다.
- 올해 경남관광기념품공모전에서 '천년의 외출'로 대상을 수상했다.
△ '천년의 외출'은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올 10월에 열리는 팔만대장경 엑스포에 출품하기 위해 만든 것이 대상을 받았다. '천년의 외출'은 금도금한 대장경판을 양각으로 조각해 은행나무보석함에 접합했다. 보석함은 검정무광 기법으로 7번 이상의 칠을 통해 고급스러움과 은은함을 표현했다. '천년의 외출'을 만들기 위해 해인사를 수차례 방문하고 담당스님을 만났다. 처음에는 스님이 팔만대장경으로는 작품을 만들지 말라고 해 다른 소재를 찾았다. 그런데 아무리 해인사를 둘러봐도 단청과 종, 북 등의 단순한 소재 밖에는 눈에 띄지 않았다. 결국 스님에게 팔만대장경으로 작품을 만들어보겠다고 떼를 썼다. 스님도 일단 만들어 가져오면 평가를 해주겠다고 해 1년 동안 공을 들였다. 경남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만큼 전국공모전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 팔만대장경 엑스포에도 공예품을 출품하나.
△ 정확히는 출품이 아니라 납품이다. 엑스포 기간 동안 판매될 작품을 만들어 해인사측에 제공하는 것이다. '천년의 외출'이 도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자 해인사 스님의 태도도 달라졌다. 작품을 가져오면 선별해 엑스포기간 동안 판매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다. 현재는 스님의 연락을 기다리며 스탠바이하고 있는 상태다.
- 공예의 매력은 무엇인지.
△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무엇보다 큰 매력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을 거쳐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구상한 작품이 완벽하게 완성됐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현재 만들고 있는 2,000여점의 공예품들이 다 그렇다. 자식 같다고나 할까. 공예를 접하지 못한 일반인들은 무척 어렵다고만 생각하는데 3개월에 걸쳐 기본기만 습득하면 어렵지 않게 공예를 시작할 수 있다. 공예는 숙달과 아이디어다. 기본작업만 숙달되면 자신의 아이디어를 무궁무진하게 펼칠 수 있다.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 첫 번째는 거제를 대표하는 관광기념품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현재 우리지역은 거제를 연상시킬 수 있는 특별한 기념품이 없다. 관광객들에게 거제를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래서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소재로 한 멋진 관광기념품을 준비하고 있다. 두 번째는 거제지역에 공예예술이 활성화되도록 하는 일이다. 학생과 일반인들에게 공예예술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거제시공예협회의 활발한 운영으로 좀 더 많은 지역의 학생과 시민들이 공예품을 쉽게 접하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생각이다. 거창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전국의 관광객들에게 거제는 뛰어난 자연경관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공예품이 공존하는 관광예술도시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