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이라는 나라와 그들이 국제사회에서 남긴 과거의 흔적들은 결코 지워질 수도 없고 미화될 수 없는 인류에 대한 범죄의 가해자로서 엄연히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일본이 우리의 독도나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제기되는 남쿠릴 열도문제와 중국과의 관계에서 불거진 센카쿠열도(중국에서는 띠야오 위 따오(釣魚島))문제 등에서 보여주는 자세는 과거의 침략적 근성을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일본의 잔재라면 이를 악물고 잊어버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역사적 사실로서도 존재하지 않은 시간들로 만들고 싶어 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역사는 잊어버리면 되풀이 된다는 진리가 있다. 우리가 고통과 수치의 역사라고 하여 없던 것 쯤으로 해버리자는 암묵적 동의가 일반화 되면 다시 그 고통과 수치의 역사는 찾아온다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역사에 관한 한 그것이 치욕의 역사이던 명예로운 역사이던 그대로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다. 동남아나 아프리카, 그리고 남미 등을 여행하다보면 제국주의 시대의 열강들이 남긴 많은 유적들(주로 건축물이나 구조물, 동상 등)이 있고 그것을 관광자원화 하여 외국인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런 구조물을 보면서 관광객인 우리가 받는 느낌은 서양식 건물의 아름다움과 대조되는 그 나라의 고통스런 역사와 그 역사가 남긴 문화주체성의 훼손과 더불어 관광객이 쥐어주는 얼마간의 돈에 과거의 굴욕을 망각해 버리고 또 다른 식민화의 길로 가고 있다는 느낌도 받는다.
관광자원화 이전에 적어도 그 유적(물)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나 그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어야만 치욕스런 과거에 대한 뼈아픈 반성을 통해 자주 독립의 국가로서 새롭게 번영할 계기를 가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명예로운 역사는 우리의 긍지로 남을 것이고 치욕의 역사는 반면의 교사로서 남겨 후대가 망각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 필요하다.
일제의 잔존유물은 보는 각도에 따라 치워야 할 쓰레기로 보일 수도 있지만 조금만 시각을 바꾸면 그것은 역사와 교육, 나아가 관광자원으로서의 훌륭한 기능도 할 것이다.
요즘 우리지역에 논란이 된 김백일 장군의 동상도 그러하다. 공(功만)을 보아 동상을 세우려 했다면 차제에 밝혀진 그 과(過)도 함께 설명이 되면 좋을 것이다. 그것 역시 우리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지워버리고 잊어버릴 것이 아니라 보존함으로써 우리에게 남긴 것은 시간을 두고 우리의 교훈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어디에 그 동상을 두는가의 문제로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없다. 더 넓게, 더 크게 보아 이런 갈등도 빨리 매듭지어 지역발전의 동력으로 이끌 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