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들이 주위를 에워싸고 있기 때문에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다. 마을은 함박금 본 마을과 쪽박금, 활목 등에 흩어져 있다.
함박금마을은 마음이 넉넉하고 인심 좋은 60여 세대, 125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이재열 이장은 1990년대 이후로 포장도로가 생겼기 때문에 한적하고 주변이 아름다워 외지에서 함박금 마을로 둥지를 옮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한다.
동네사람들은 함박금을 함박구미라고도 부른다. 전해오는 말에 따르면 함박구미란 마을 이름은 움푹 꺼지고 돌아져 있는 마을이란 데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함박은 움푹한 곳이고, 구미는 외지고 돌아져 있는 곳을 말한다. 현재 불리고 있는 함박금은 함박구미에서 변형된 것이다.
또 함박꽃이 많아 함박금이라 불리어졌다고도 한다. 예전에는 6월이 되면 온 산에 함박꽃이 꽃동산을 이뤘고 그 은은한 향이 마을을 뒤덮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소득의 70%를 바다로부터 얻는다. 굴 양식과 멍게 양식을 주로 한다. 또 워낙 물이 맑고 잡히는 고기들의 맛이 좋아 전국의 낚시객이 이곳을 찾는다. 봄과 가을에는 도다리와 숭어가 많이 난다. 청정해역에다 물살이 세기 때문에 물고기 육질이 쫀득해 감성돔이 잡히는 가을부터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바다를 생활의 터전으로 삼았던 함박금 마을 사람들은 매년 음력정월 보름날 마을 앞 바닷가에서 '선착고사'를 지낸다. 마을의 안녕과 만선을 기원하는 풍어제가 열리는 날에는 마을 사람들이 함께 달집을 태워 액땜을 하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했다.
이재열 이장은 1970년대 이후부터 간소화됐다며 신명나는 농악을 울리며 달이 뜰 무렵 달집을 태우면서 정을 나누던 그때가 그리울 때도 있다고 말한다.
함박금 마을은 현재 일주도로를 만드는 공사가 한창이다. 시내버스가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좁았던 도로를 왕복 2차선 도로로 확장하고 있다. 마을사람들은 4.5km에 이르는 일주도로가 완성되면 천혜의 자연환경을 즐기러 오는 방문객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내년이면 고즈넉하던 마을에 함박웃음을 피운 관광객들이 가득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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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는 후손들에게 잠시 빌려쓰는 자원입니다"

대중교통의 혜택을 받지 못할 정도로 작은 오지마을이다 보니 지원을 받지 못해 마을이 낙후되는 것 같다며 속상함을 내비쳤다. 늦게나마 왕복 2차선도로 공사가 진행 중이라 그나마 마을사람들이 위안을 삼고 기대를 품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일주도로가 완성되면 일주도로를 따라 '걷는 길'을 조성하면 훌륭한 관광명소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함박금 마을에서 나고 자란 이 이장은 13년 동안 이장일을 맡고 있단다. 마을을 아끼고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강산이 변하고도 남았을 시간을 지내지 못했을 것이다.
마을의 미래를 진심으로 고민하고 걱정하는 이 이장이 조심스럽게 마을의 숙원사업에 대해 말했다. 마을에 독자적인 어촌계를 설립하는 것이다.
수협 조합원 10명이라는 설립 요건을 충분히 갖췄는데도 분동한 마을과 달리 어촌계 분할이 이뤄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마을에 어촌계가 없다보니 남들이 부러워하는 자연환경을 두고도 체험마을이라든지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수익사업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는 사정도 덧붙였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도 바다에 의존하며 살아온 함박금 마을의 이재열 이장. "바다는 국가의 자산이자 후손에게 잠시 빌려 쓰는 자원이다"고 소리 높여 말하는 그에게서 진짜 바다사나이의 채취가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