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우내환(外虞內患) 그들은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외우내환(外虞內患) 그들은 떠날 수 밖에 없었다
  • 배창일 기자
  • 승인 2011.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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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의 발자취를 더듬다] 1 사료로 조명하는 거제인 집단 이주

고려사 등 옛 문헌, 고려 원종 12년 거창군 가조현으로 이주 기술
왜구 침탈·삼별초 대몽항쟁 영향 … 세종 4년 151년만에 돌아와

'고려 원종 12년에 왜구로 인하여 땅을 잃었음으로 거창군 가조현에 임시로 의지하여 살았다' - 고려사
'고려 원종 12년 왜적으로 인하여 땅을 잃고 거창 가조현에 교거하였다' - 세종실록지리지

고향을 떠나 뭍으로…

고려사와 세종실록지리지에 나타나 있는 거제인의 집단이주 기록들이다. 이 기록들에 따르면 당시 거제인들은 고려가 건국되고 353년 이후, 정든 고향 땅을 뒤로 한 채 머나먼 육지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왜구로 인한 극심한 피해 때문에 중앙정부에서 거제사람들을 안전한 땅으로 정착시킨 것이다. 

당시 거제인들이 임시로 삶의 거처를 마련한 곳은 거창현의 속현인 가조현과 영선현(현 산청군). 그곳에서 거제사람들은 서로를 보듬으며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랬을 것이다.

거제사람들의 피난 행렬이 있었던 것은 문헌의 기록 상 1271년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일부 향토사학자들의 경우 그 이전부터 개인 또는 소규모의 피난행렬이 있었을 것이라 보고 있지만 공식적인 피난은 고려 원종 12년에 국한 된다.

거제인들의 대규모 이동은 두 갈래로 진행됐다. 거제도 동부지역에 살고 있던 주민들은 현령과 함께 거리가 먼 거창군으로 이동했고 거제 서부지역 주민들은 가까운 진주목으로 옮겼다.

앞의 두 문헌에서는 거제인들의 집단 이주를 왜구의 침략 때문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인 문헌도 존재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원종 때 거제현령이 삼별초의 난을 피해 관아를 가조현에 옮겼다'는 기록이 있다. 또 고려사에도 '원종13년 삼별초가 거제에 침입해 전함 3척을 불사르고 현령을 잡아갔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 기록들은 거제인들의 집단 이주 원인이 왜구가 아닌 삼별초의 난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 시기의 경우 삼별초의 활동이 남해안 지역에서 활발히 이뤄져 충분한 역사적 개연성을 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왜구의 침입이 극심했던 시기가 고려 말부터였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거제인들의 집단 이주 원인을 삼별초로 봐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감이 실린다.

특히 고려사에는 원종12년에 왜구가 활동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이를 뒷받침해 준다고 볼 수도 있다. 또 고려사에는 '가조현이 원종 12년 거제에 이속됐다'는 기록이 남아있어 옛 문헌들에 대한 신빙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어느 하나의 요소가 거제인 이주에 대한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왜구의 침략과 삼별초 군의 대몽항쟁에 대한 보다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거제인들의 집단 이주에 대한 역사적 실마리가 풀릴 것이다.

151년 만의 귀향 

고향을 떠났던 거제인들은 언제 다시 거제도로 돌아왔을까.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들어서고도 거제인들은 고향땅을 밟지 못했다.

거창 가조현으로 피난을 간 시기를 1271년이라고 본다면 거제인들은 151년 후인 1422년(세종4년)에서야 돌아온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이에 앞서 태종15년인 1415년부터 일부의 사람들이 거제로 돌아왔고, 세종의 즉위와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거제 땅을 다시 찾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세종이 즉위한 1419년, 경상도 수군절제사는 "거제는 왜적이 변이 가라앉자 많은 인민들이 나라의 부세와 징역을 피해 찾았다"며 "현재 거제에는 360여호에 이르는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 마땅히 섬을 지키는 군사를 둬 엄밀히 수호해야 한다"고 했다. 

중앙정부의 방침에 따라 거제도의 방비가 이뤄진 뒤에야 섬을 떠났었던 거제인들이 다시 찾아 올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특히 당시 중앙정부가 거제로 돌아오는 사람들에게 종자와 식량을 나눠주고, 세금을 면제해 주는 등의 혜택을 통해 정착을 돕는데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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