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있어야 할 이유
설이 있어야 할 이유
  • 거제신문
  • 승인 2007.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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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용근 편집국장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설날은 매우 중요하다.
세수(歲首) 원단(元旦) 원일(元日) 신원(新元)으로 불리는 설날은 소원(疏遠)해져 가는 고향산천과 조상의 묘소, 다정한 가족과 친척, 또한 이웃을 만날 수 있어 더욱 그렇다.

쇠약해진 가족주의를 다시금 보강할 수 있고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 조상의 유습(遺習)을 아끼는 마음, 특히 효(孝)를 일깨울 수 있어 좋은 날, 베푸는 마음, 용서하는 마음이 있어 설날은 필요하다.

정부가 설날을 법정 공휴일로 지정한 것도 이번 설날을 앞두고 대사면(大赦免)을 단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도로공사 경남지역본부 측은 올 설에는 차량 2백70만대가 부산, 경남권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등 지난해보다 3.16%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우리의 고유명절 설날이 민족정서를 사로잡아 가는 이유다.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는 설날부터 3일 동안 많은 남녀들이 떠들썩하게 왕래하는데 울긋불긋한 옷차림이 빛나며 아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는데 ‘새해에 안녕 하시오’ ‘올해는 꼭 과거에 급제하시오’ ‘부디 승진하시오’ ‘생남하시오’ ‘돈을 많이 버시오’ 등 좋은 일을 들추어 하례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우리의 농경사회(農耕社會), 또 다시 한 해를 시작하는 의미에서 우리의 설날은 꼭 필요하다.

덕담(德談)을 나누어 좋은 날, 화려한 옷차림이 있어 좋은 날, 기분 좋을 만큼의 포만감에 큰 등받이 베개 베고 누워 비몽사몽(非夢似夢)간, TV 특집 프로그램을 훑어가는 재미가 있어 좋은 날, 심신이 피로한 직장인들이 몇 일간을 내리 쉴 수 있는 시간적 여유 공간, 빨간 날이 많은 것도 설날이 있어야 할 또 하나의 이유다.

안부전화도 제대로 하지 않던 자녀들에 대한 서운함을 떨쳐버릴 수 있는 것도, 떡 조청 고기 나물 등 있는 밥에 한 끼 식사를 때울 수 있는 것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노닥거려도, 맘껏 마시고 약간은 비틀거려도, 이웃을 위해 다소 무리하게 낭비해도 아무런 나무람이 없는 것도 설날이 꼭 필요한 이유다.    

일제 강점기, 우리의 고유명절 설날과 풍습을 말살하기 위해 온갖 방법까지 동원했던 점을 감안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칼을 숭상하고 그 칼로 사람을 베어 붉은 피를 뿜는 것을 보고 이상(理想)에 합치됨을 느끼던 일제는 섣달그믐 일주일 전부터 떡방앗간을 돌리지 못하게 했고 설날 아침 세배를 다니는 사람이 흰옷을 입었을 때는 검은 물이든 물총을 쏘아 옷이 얼룩지게 하는 등 박해를 가했다.

더구나 미국서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한 대통령은 서양 문물에 젖었음인지 그쪽 기념일은 철저히 챙기면서 우리의 설날은 홀대, 구정 폐지라는 명령을 내려놓고 설날을 설움 받는 명절로 전락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거리낌이 없다. 마음껏 우리의 설날을 즐기며 우리의 민족문화를 꽃피워도 된다.

남자들은 연(鳶)을 날리고 제기를 차고, 여자들은 널뛰고 공기놀이를 즐기던 우리의 독특한 세시풍속과 민속놀이는 잊혀져 가더라도 민족문화의 주체성만은 우리의 생활 속에 기필코 간직해야 한다.

애향심은 바로 애국심으로 통한다는 말은 우리 모두에게 생소하지 않다. 내 가족 내 이웃, 우리의 고향을 사랑하는 것이 애향심이다. 한데 어울려 즐기고, 함께 손잡고 마을을 돌며 어른들께 세배하며 옛정을 되찾자.

올해 설날은 옳지 못한 외국문물을 답습, 또는 지속하기 보다는 우리 고유명절, 설날의 의미부터 되새기는 것이 옳다. 조상의 제사는 심부름센터에 맡긴 채, 노부모의 애타는 기다림도 무시한 채 해외 여행길에 오르는 생각 짧은 행동은 우리의 고유명절, 참뜻에 어긋난다.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을 한데 모아 화목을 다지고 삶의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자. 자라는 후손들이 세배하는 마음에서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이 싹트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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