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아주는 지방에 따라 여러 이름이 있다. 강원도에서는 '능쟁이' 경상도에서는 '도트라지'라 부르지만 거제에서는 '개비름'으로 통하고, 한의학에서는 '여(藜)'라 한다. 따라서 명아주로 만든 지팡이가 '청려장(靑藜杖)'이다.
본초강목에 '청려장을 짚고 다니면 중풍이 안 걸릴 뿐 아니라 신경통에도 좋다'하여 효도지팡이로 통한다.
중국 후한 때 유향이란 선비는 어두운 방에 노인이 나타나 명아주 지팡이로 땅을 치자 불빛이 환하게 일어났다는 고사에서 청려장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부모님에게 자식들이 지팡이를 드리면 불효가 된다고 하여 꺼렸다. 받는 입장에서는 늙음을 인정하는 것이 되니 고맙기보다 서러운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 전통에는 아버지 나이 50이 되면 자식이 드리는 청려장을 가장(家杖)이라한다. 60이 되어 마을에서 주는 것은 향장(鄕杖), 70에 나라에서 주는 것은 국장(國杖), 80에 임금이 내리는 것은 조장(朝杖)이다. 국장 이상의 지팡이를 짚고 나타나면 고을 원도 나가서 맞아야 했다.
명아주의 다른 한자어로 '래(萊)'가 있다. 도교에 신선(神仙)이 살고 신령한 불로초가 있다는 삼신산(三神山)의 으뜸이 봉래산(蓬萊山)이고, 금강산의 여름 별칭 또한 봉래산이다. '봉래(蓬萊)'는 쑥과 명아주를 가리킨다. 명아주와 신선, 곧 장수와 연결되는 상징이다.
지천으로 흐드러지게 자라는 명아주 줄기로 만든 청려장은 가볍고 단단하여 노인이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이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하였을 때 드린 선물도 청려장이었다.
10월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1911년에 태어나 올해 100세가 된 어르신들께 청려장을 드리는 행사가 여러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으니 보기에도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