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자식 키운 모진 세월, 시가 되었소"
"홀로 자식 키운 모진 세월, 시가 되었소"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1.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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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평동 천예순 할머니, 어깨 너머로 깨친 한글로 쓴 시 50편이 넘어

한 할머니의 뜨거운 '문학사랑'이 화제가 되고 있다.

장평동 천예순 할머니(74·사진)가 바로 그 주인공.  천예순 할머니가 적적할 때마다 한 편씩 써내려간 시가 벌써 50여편이 넘는다. 어려운 시골 집안의 장녀로 태어나 제대로 초등학교 교육도 마치지 못했지만 섬섬옥수 써내려간 시에는 삶의 깊이와 절절함이 그대로 배어나온다.

"농사 짓느라 제대로 학교를 못갔어요. 그러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한국 전쟁이 발발했지요. 그 길로 학교 문턱에는 가 본 적이 없습니다. "

어릴 때부터 총기가 넘쳤던 천 할머니는 제대로 한글을 배운 적도 없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이미 한글을 깨우친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농사짓는 집안의 장녀로 태어나 밤낮으로 농사일에 바빴지만 어깨 너머로 깨우친 한글로 시를 쓰는 게 세상에서 가장 즐겁다고도 덧붙였다.

천 할머니의 굴곡진 인생은 결혼을 하고도 계속됐다. 젊은 나이에 일찍 남편을 여의고 고현시장에서 철물점을 하며 4남매를 키워냈다. 여자 혼자 몸으로 장사를 하며 자식들을 시집 장가 보내고 나니 잊고 살았던 '문학'에 대한 향수가 다시금 되살아났다.

"어려운 시절이었지요. 제대로 공부만 할 수 있었다면 문학가가 되고도 싶었을 겁니다. 지금도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홀로 글을 씁니다. 낮에 절에 가서 여승들이 절을 하는 모습, 시장의 풍경도 그냥 보이지 않더군요. 모든 것이 '글'이 될 수 있는 훌륭한 소재지요."

나이가 많아서 '작가'가 될 욕심은 언감생심 꿈꾸지 못한다는 천 할머니. 하지만 천 할머니가 써내려간 아름다운 시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귀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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