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길에서 백두산으로 가는 길에 이도백하라는 마을이 있다. 나는 거기서 처음으로 '단고기'라는 간판을 보았다. 단고기는 개고기의 북한식 용어인데 '보신탕' 간판만 보아온 탓인지 낯설고 신기했다. 인솔자가 어떻게 교섭하였는지 식당을 통째로 빌려 단고기 파티를 한 기억이 있다.
내가 먹어본 북한식 단고기는 경상도식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거섶이 적으면서 국물이 진해 느끼했다. 전국적으로 이름난 전북 임실군 오수면 신포집에서도 먹어 보았는데 들깨를 쓰지 않는 전라도식 탕도 우리 입맛과는 달랐다.
개고기로 만든 탕을 옛날 문헌에서는 구장(狗醬) 또는 지양탕(地羊湯)이라 했다. '구(狗)'는 개를 '장(醬)'은 된장을 뜻한다. 개고기에 된장을 넣어 끓인 장국으로 '개장국'이라는 말이 진짜 이름이다.
개장국이 '보신탕(補身湯)'으로 바뀐 것은 자유당시절이었다. 해방 이후 미국의 원조에 의존했던 정부가 '개'를 먹는 야만적인 행동을 하지 말라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여 개라는 말이 직접 들어가지 않는 보신탕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러다가 88올림픽을 맞아 또 한번 수난을 당한다. 개고기를 먹는 나라의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다는 프랑스의 강력한 항의에 정부는 서울 4대문 안에 있는 모든 개탕집을 외곽으로 철수시키고, 이름도 정력제처럼 느껴지는 보신탕에서 '영양탕''사철탕''보양탕'등 정체불명의 이름표를 달게 된다.
'박지성, 네가 어디에 있든 너희 나라에선 개를 먹지'라는 내용의 박지성 응원가 곧 '개고기송'이 한국을 비하는 것이라고 네티즌들이 흥분하고 있다.
이 가사가 생긴 것은 맨유의 라이벌인 리버풀 지역 사람들이 쥐를 먹는다는 내용을 대비시켜 리버풀 팬들을 조롱하기 위해 만든 응원가라고 하지만 특정국가의 문화를 직접 언급하는 것은 아무래도 예의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