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움은 사랑 안에 있습니다
풍요로움은 사랑 안에 있습니다
  • 거제신문
  • 승인 201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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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철수 옥포성당 신부

얼마 전 지세포로 넘어가다가 풍요롭게 고개 숙인 황금들판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가을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농부들의 발걸음과 땀방울이 적셔 만들어낸 작품인가를 생각하다가 영국의 유명한 단편 작가인 맥스 비어홈의  '행복한 위선자'라는 소설이 생각났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은 귀족 '조지 헬(Hell)'인데 그는 부도덕하고 탐욕스러울 뿐 아니라 그가 가지고 있는 가증스런 마음 때문에 얼굴도 흉측해서 다른 귀족들이 만나기를 꺼려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어느 날 '제니 미어'라는 어여쁜 여인을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기 얼굴 때문에 그 여인에게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고민하다가 거룩한 성자의 얼굴을 밀랍으로 만들어 자기 얼굴에 씌우고 이름도 '조지 헤븐(Heaven)'으로 바꾸어  '제인 미어'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결혼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고 자기 재산을 이웃에게 나누며 수많은 봉사생활을 하면서 삶은 성자처럼 살아도 마음은 늘 괴로웠습니다. 왜냐하면 사랑하는 아내에게 자기의 본 얼굴을 보여줄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옛날 애인이었던 '갬보기'라는 여인이 그를 찾아와 그가 행복하게 잘사는 것에  강한 질투를 느껴 그의 아내 앞에서 과거를 폭로하고 그의 얼굴에 씌어진 성자의 밀랍을 획 벗겨 버렸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밀랍 안에 감춰진 그의 얼굴은 옛날의 흉측한 모습이 아니라 성자의 얼굴로 바뀌져 있었습니다.

작가 맥스가 의도한 우화는 선한 사람의 아름다운 마음이 얼굴뿐 아니라 삶의 전부를 변화시킨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거제, 산수가 수려하고 어디에 내놔도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운 고장입니다.

바다가 있고 산이 있으며 해양조선을 선도하는 양대 조선소와 다양한 문화와 전통을 가진 여러 곳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 함께 삶을 꾸려 가는 곳이며 각자의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고 다양함이 있어 좋은 곳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경제적으로나 문화적 우월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다양한 목소리 안에 사랑이 담겨져 있지 않다면, 남을 배려하는 따스함이 스며있지 않다면, 이웃을 향한 나눔이 열려있지 않다면, 겉만 밀랍으로 포장된 우리의 모습은 성자 같을지라도 진정한 우리의 자화상은 흉측할 것입니다. 

농작물들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합니다. 보이지 않는 정성과 끊임없는 열성과 자식같이 사랑하는 마음이 가을 들판을 풍요롭게 합니다.

우리는 모두 함께하는 우리고장 거제를 사랑해야합니다. 사랑하는 방법은 작가 맥스의 이야기가 아니라도 우리는 농부의 지혜안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이웃을 위한 꾸준한 나눔의 발자국을, 필요한 이들에게 우리들의 정성을, 물질적 가치보다 사람을 우선하며 살아가는 사랑의 공동체로 쉼없이 되풀이 될 때 우리들의 삶과 모습은 더욱 풍요하고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풍요로운 우리의 내일을 위해 함께 사랑해 가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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