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지 마니아들은 세발낙지를 최고로 친다. 오징어발은 10개, 문어발은 8개, 세발낙지는 발이 세 개라고 우기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세발은 본래 '새의 발'처럼 가늘다는 뜻인데 유식꾼들이 '세(細)발'로 바꾸어 놓았다는 설도 있다.
세발낙지는 주로 목포 주변 바닷가에서 잡히는데, 이곳은 뻘의 입자가 고와 낙지가 땅을 파고 들어가는데 큰 힘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다리가 가늘어졌다고 보고 있다.
낙지볶음 말고도 '낙지호롱'은 낙지를 나무젓가락에 감아 매운 양념으로 옷을 입혀 숯불에 구운 것이고, '기절낙지'는 낙지를 민물로 문질러 잠시 기절시켜 꿈틀거림을 억제시킨 것이고, '연포탕(軟泡湯)'은 시원하기 이를 데 없지만 '산낙지'를 입에 넣고 씹는 질감이 진짜 낙지 맛이다.
TV 베스트셀러극장 <낙지 같은 여자>에서 송옥숙씨가 산낙지를 먹는 장면이나, 영화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이 산낙지를 먹다 죽을 뻔한 장면은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한다.
낙지를 입에 넣었을 때 꿈틀거리며 입천장에 달라붙는 흡반의 자극은 성적(性的)유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일어나지 못하는 소에게 낙지 서너 마리를 먹이면 거뜬히 일어난다는 것은 낙지 속에 풍부한 '타우린(taurine)' 탓이다. 타우린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데 탁월하며 강장제와 흥분제로 쓰인다.
오징어를 말렸을 때 껍질에 하얗게 피는 것이 타우린이며 낙지는 타우린이 34%나 들어 있는 대표적인 스태미나식품이다.
10월 하순부터 잡히는 가을낙지를 '꽃낙지'라 부르는데 일년 중 가장 맛있기 때문이다. 탕탕 두들겨 소금과 참기름을 넣고 비빈 낙지를 안주 삼아 마시는 소주 한 잔은 바로 가을의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