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과 바람으로 '돈'을 부른다
태양과 바람으로 '돈'을 부른다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1.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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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라이부르크, 시내건물 대부분 주민투자로 지어져…단열재 확충·태양광 활용 의무화

독일을 넘어 세계적 환경수도로…프라이부르크

프라이부르크를 정의하는 두 가지 이미지가 있다. 바로 그린시티(Green City)와 태양의 도시(Solar Region)다. 이제 프라이부르크는 독일을 넘어 '세계의 환경수도(Green Capita of the World)'로까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프라이부르크가 '환경도시' 또는 '환경수도'로 알려진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다. 태동은 이랬다. 1974년 접경지대인 이곳을 둘러싸고 약 30km 떨어진 독일과 프랑스, 스위스 접경지역에 3개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추진됐다. 이를 반대하기 위한 시민운동을 계기로 녹색당을 비롯해 수많은 민간환경단체가 결성됐다.

또 프라이부르크 시의회와 협력해 도시를 선진적인 환경정책의 전시장으로 만들면서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사고방식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프라이부르크가 세계적인 환경도시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뒷배경이다.

이에 따라 1980년부터 1991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총 630만 마르크를 투자해 2,480만 마르크에 달하는 에너지 절약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 결과 1992년 독일 환경보전협회에서 환경도시로 지정했으며, 자체적으로도 환경도시임을 선언했다.

바람을 돌려라, 전기회사에 풍력을 파는 시민들

프라이부르크 시내 건물 중 상당수가 주민들의 직접적인 투자로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해 지어졌다. 슈바르쯔발트(흑림)에 있는 풍력발전기도 대부분 시민주주회사에서 투자한 경우다.

이러한 배경에는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의 연합정부가 국민들 누구나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전력을 생산해 낼 수 있도록 법안 통과에 힘썼기 때문이다. 현재 독일 전체에서 풍력 발전으로 생산해 낼 수 있는 전력량은 32만MV로, 풍력발전에 종사하는 인력만 해도 10만여명에 달한다.

대부분의 풍력발전기는 본체로 강철을 만들고 공장에서 완제품을 그대로 옮겨와 설치한다. 하지만 흑림은 고지대라 그대로 옮겨올 수가 없어 본체를 콘크리트로 시공했다.

지난 6일 취재진이 방문한 해발 500m 흑림의 한 풍력발전소는 126명의 시민주주들이 합자해 10여년전에 만들어졌다. 200만 유로를 투자했는데 이중 1/3은 현금으로 나머지는 은행융자로 마련했다.

이 발전소에서는 평균 330만 K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데, 이 생산전력량은 1,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지난 10년간 생산한 누적전력량은 28,879KW에 이른다고 한다.

풍력발전소를 통해 독일 전체에서 필요로 하는 총 전력의 65%를 생산해 낼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올 정도로 풍력발전소의 미래투자가치는 엄청나다. 시민주주들이 풍력발전소를 통해 생산한 전기는 전기회사에 판매되고 있다. 2007년의 경우 600만KW이상의 전력이 생산돼 투자액의 10%를 이미 벌어들였을 정도다. 평균 20년이 되면 투자액의 250~300%를 벌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프라이부르크 보봉(Vauban)구역의 태양광 연립주택단지. 시당국으로부터 토지를 사는 사람들은 1년동안 1㎡에서 사용하는 난방에너지가 65kW를 넘지 않도록 집을 지어야 한다.

시·시민 손잡고 친환경정책 '박차'

프라이부르크의 친환경정책은 시와 시민들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시는 태양에너지 이용과 자가발전을 장려하는 정책을 펼쳐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일반 가정과 기업은 물론 공공기관이 태양광발전 시설을 갖추면 보조금이나 저리융자가 제공된다.

생산된 에너지 가운데 자체 수요를 채우고 남는 전기는 전력회사에 시장가격보다 비싸게 판매할 수 있는 제도도 갖췄다. 시민들은 당국의 이런 파격적인 인센티브에 적극 호응하는 분위기다.

태양에너지는 프라이부르크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재생에너지 자원이다. 태양의 도시라는 별칭에 걸맞게 높이 60m의 중앙역 솔라타워가 있고, 회전형 태양광주택인 헬리오트롭과 보봉(Vauban)지구의 태양광 발전시스템은 국내 여러 언론을 통해서도 소개됐다.

이곳에서는 주택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곳이 아니라 생산하는 곳이라는 개념이 지배하고 있다. 그래서 수많은 개인주택들도 시정부의 지원을 받아 태양광 발전장치를 부착,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에너지저소비형 건물을 짓기 위한 노력도 매우 중시된다. 1992년 프라이부르크 시의회는 공공청사는 물론 시정부가 임대하거나 매각하는 토지에 짓는 모든 건축물에 대해 단열재를 확충하고 태양광을 활용하는 에너지 저소비형 설계를 의무화했다. 이렇게 하면 초기 건축비용은 증가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에너지 저소비를 통해 프라이부르크의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친환경 에너지 정책으로 인해 프라이부르크에는 관련 국제기구와 연구소 및 기업들이 몰려오고 있다.

100여개국 5,000여 명의 회원을 거느린 국제태양에너지협회가 1995년 미국의 피닉스에서 이곳으로 이전했으며, 유럽 재생에너지 관련 대표기구인 '유로솔라'와 세계최고의 신재생 에너지 연구기관인 '프라우엔 호퍼'도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처럼 태양에너지와 관련한 연구기관, 국제기구, 기업은 물론이고 친환경 도시 정책을 배우기 위한 관광객들이 몰려오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도시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만들고 있다.

   

"정부 지원없이 주민이 일군 신재생에너지마을"

에르하르트 슐츠(Mr. Erhard  Schulz) 프라이부르크 혁신아카데미(Innovation  Academy e.V.)이사

- 인류가 신재생에너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 1972년부터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해 왔다. 끊임없이 상승중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올라가는만큼 극지방 얼음들이 녹으면서 해수면이 올라간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집중호우나 태풍 피해 등 자연재해다. 지난 1999년 일어난 허리케인의 경우 200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재해인데, 15년 주기로 계속 발생하고 있다. 대기온도가 상승하면서 노인들의 사망률도 올라간다. 한여름철 6~7월에 사망률이 매우 높다. 이 결과를 보면서 우리가 뭔가 해야 한다고 느끼지 않는가?

- 프라이부르크 지역이 세계적인 환경도시로 자리매김한 배경이 무엇인가?

△ 우리지역에서 원자력 에너지와 관련해 1975년부터 대응을 해왔다. 그해 2월 원자력 발전을 반대하는 기념비를 세웠고, 발전소를 지으려던 지역은 현재 엄격한 자연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이후에도 남녀노소나 국적을 가리지 않고 3만여명이 모여 꾸준히 원자력발전소를 반대해 왔다. 그런 과정을 거쳐 에너지에 대한 혁신적인 정책변화가 시작됐다. 2030년까지 모든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교체할 것이다. 이미 많은 지역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생산중이고 차츰 그 비율을 100%로 만들 것이다.

- 경제적인 면에서 신재생에너지가 가지는 효용성은 얼마나 되나?

△풍력발전소만 해도 얼마든지 투자가치가 있다. 프라이안트의 경우 지붕에는 태양광발전시설이, 아래에는 바이오 시설이 갖춰져 있다. 150만KW의 전력을 생산해 낼 수 있는 규모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따져도 풍력발전만 해도 얼마든지 투자가치가 있다. 열 손실을 줄이기 위해 공동주택단지는 리모델링을 통해 유리로 이중 단열처리를 하고 있다. 단열효과를 높이면서 전력소비를 60%대로 낮추고 있다. 지붕에서 생산되는 온수는 난방에 필요한 온수의 25%를 감당해 낼 수 있고, 전력생산의 13%를 감당한다.

- 한국에 하고 싶은 말은?

△ 프라이부르크는 정부의 지원없이 주민들이 직접 신재생에너지 마을을 만들어냈다. 자부심이 매우 크다. 한국은 교육수준이 높아 고급 엔지니어들이 많이 있다. 한걸음을 떼는게 중요하다. 한걸음만 먼저 뗀다면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자력의 위해에 대해서는 이미 익히 알려져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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