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생태도시 거제' 가능성은 충분하다
'친환경 생태도시 거제' 가능성은 충분하다
  • 이영주 기자
  • 승인 2012.0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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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 제로 도시 계획과 신재생에너지④]미래 거제의 새로운 키워드 '친환경 생태도시'

성숙된 시민의식·환경적 마인드, 슈투트가르트 '바람길' 등 도시계획 이끌어내
시·시민 합작품 '친환경정책'…천혜의 자연환경 보유한 거제시 '필요 조건 충분'

▲ '바람길'로 유명한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시내. '건축물고도제한'을 통해 시 당국은 바람길을 막는 건축행위를 전면 금지했다.

본지는 지난 3회에 걸쳐 독일과 프랑스 등 해외취재를 통해 지자체의 의지와 주민들의 노력으로 지역의 미래를 '친환경생태도시'로 만들어가고 있는 사례들을 살펴봤다.

물론 그들 도시들은 기반시설과 국민정서, 지형적 특성에 있어 거제시와 많은 차이가 있다. 때문에 그들의 경우를 모두 거제시에 접목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들 모두는 가까운 미래의 가장 중요한 핵심 키워드가 '환경'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양대 거대 조선소라는 성장 동력을 가지고 있는 거제시가 한발짝 더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도시의 성장 정책을 추진한다면 '친환경도시'로서의 미래 거제도 환상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 정서다. 그 다음에 수반돼야 할 것은 행정의 흔들림 없는 정책과 집중력이다. 이것이 조화를 이룬다면 친환경도시 거제는 실현될 수 있다.

앞선 시민의식, 지역의 미래를 만든다

본지는 이번 해외취재를 통해 총 4개의 도시 및 기업을 살펴봤다. 태양열에너지와 풍력개발로 전세계환경도시의 롤모델이 된 독일의 프라이부르크, 버려진 소똥으로 바이오가스를 생산했던 독일의 마우엔하임, 도시의 바람길을 연구해 대기오염을 극복했던 슈투트가르트, 전기자동차 시대를 활짝 꽃피운 파리의 '오토리브' 회사가 그것이다.

이들 모두는 단연 '친환경 생태도시'로서의 성공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제각각 장기적 과제와 숙제는 있지만 일단 현재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환경 정책을 실현하고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들 도시들의 공통점은 '성숙된 시민의식'이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경우 환경수도로서의 태동이 바로 '시민운동'이었다. 프라이부르크 도시 인근에 3개의 원자력발전소 건립이 추진됐고 이를 반대하기 위한 시민운동이 바로 친환경도시 프라이부르크를 만든 원동력이었다.

시민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직접 투자를 통해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했다. 시민주 회사를 만들어 풍력발전기를 만들기도 했다. 시민 주주들이 풍력발전소를 통해 생산한 전기는 역발상으로 전기회사에 팔렸다.

'바람길'로 유명한 슈투트가르트 역시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도시의 삼면이 녹지 구릉으로 둘러싸여 있는 슈투트가르트는 20세기 인구의 급증과 함께 대기오염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안게 됐다.

더욱이 슈투트가르트는 1900년부터 공업이 활발하게 발달하면서 1930년대 이미 대기오염이 지독한 거리로 악명을 떨치게 됐다. 대부분의 개발도상국들이 여기까지는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차이점은 바로 '대응'에 있었다. 슈투트가르트는 철저한 환경적 마인드로 도시계획을 세워 '바람길'을 만들어 낸 것이다.

자연적으로 바람길을 터 오염된 대기는 자연적으로 도심 밖으로 밀어내고 신선한 외부 공기를 도심 중앙부로 끌어들였다. 정책의 성공을 위한 필수 조건은 '건축물 고도제한'이었다. 이른바 바람길을 막는 건축행위를 전면 금지한 것이다. 성숙된 독일인의 시민의식이 여기서 발현된다.

슈투트가르트 시민들은 '건축물 고도제한' 정책에 대해 그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았다.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공동의 책임을 떠안아야 하고 모두의 동의를 거쳐 발현된 '건축물 고도제한법'을 따르는 것에 대해 '당연하다'는 시민의식을 그들은 공유하고 있었다. 거제시민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짜임새 있는 행정력, 시민은 손 잡는다

이들 국가를 취재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바로 '행정력'이었다. 이들 도시들의 친환경정책 특징은 밀집력 있는 행정력이 시민과 손을 잡고 정책으로 발현됐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친환경정책은 단연 시와 시민들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태양에너지 이용과 자가발전을 장려하는 정책을 펼쳐 큰 성과를 보인 것이다. 시는 일반 가정과 기업은 물론 공공기관이 태양광발전 시설을 갖추면 보조금이나 저리 융자를 제공했다. 생산된 에너지 가운데 자체 수요를 채우고 남는 전기는 전력회사에 시장가격보다 비싸게 판매할 수 있는 제도 역시 갖췄다.

당연히 시민들은 당국의 이런 파격적인 인센티브에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시가 아무리 행정력으로 밀어붙인다고 해도 시민 이해가 없다면 반발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시는 시민들의 입장에서 '손해보지' 않게 적절한 보상 정책을 펼쳤고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시의 정책을 받아들이고 협력했다.

아직까지 거제시민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 '친환경생태도시'. 언제까지 거제는 '관광'과 '조선'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만 설명되어야 할까.

"한국의 교육수준은 높다. 고급 엔지니어들이 많이 있다. 한걸음을 떼는 게 중요하다. 한걸음만 먼저 뗀다면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친환경에너지 기술자 양성학교인 '혁신아카데미 (Innovation  Academy e.V.)' 이사 에르하르트 슐츠(Mr. Erhard  Schulz)의 말이다.

거제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있다. 작은 것에서부터 '환경'을 생각하는 시 정책과 성숙한 시민의식이 어우러진 친환경 도시 거제의 미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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