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와 나, 그리고 자녀가 한 지붕 아래에 사는 것은 세계 어딜 가도 찾아보기 힘든 소중한 문화유산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우리들 세대에 와서 폐기처분한 것 같아 왠지 마음이 편치 않다.
지난 2000년엔 한 집에 부모와 자녀 등 가족 4명이 함께 사는 가구가 전체 가구의 31.1%였다. 하지만 10여년이 흐른 지금 1~2인 가구가 전체의 절반에 이를 정도로 크게 늘어나고 있어 전통적인 가족단위가 해체되고 있다는 증표(證票)다.
최근 어느 신문에서 충격적인 기사를 접했다. 서울 국·공립 어린이집 대기자가 32만4,000명이란다. 강남의 어느 구립 어린이집은 한 살 미만 대기자만 1,200여명이라고 한다.
다행히 우리 거제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비롯해 민간보육시설까지 포함하면 167개소로서, 정원(7,253명)에 비해 현원(6,381명)이 88%에 이른다.
정부도 국·공립과 사립을 가리지 않고 소득인정액 30%를 뺀 중산층까지 자녀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닐 경우 일정한도 내에서 이용료를 전액 지원한다고 한다.
보육예산이 늘어나 걱정이 사라지면 자녀를 마음 놓고 안전하게 맡길 수 있고, 그 만큼 젊은 엄마들의 출산율도 높아질 것이다.
특히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비율이 높아지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웨덴의 경우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 모두 60일씩 육아휴직을 주는데, 그로 인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72%나 된다.
반면 여학생들의 대학진학률이 남학생보다 높은 데도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9.2%로 OECD국가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 이는 보육문제에서 비롯된 바 크다.
무엇보다 부모가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과 제도가 절실하다. 그런데 자격 있는 보육교사와 제대로 된 설비를 갖춘 국·공립 보육시설이 전체 3만8,021개소의 5.3%인 2,034개소 밖에 안 된다는 것도 보육정책의 한계로 지적받고 있다.
고학력 여성인력을 적절하게 잘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보육에 대한 복지는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다른 복지예산 지출에 대한 뒷감당은 후대가 떠안아야 할 몫이 크지만, 보육에 관한 복지는 반대로 다음 세대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경제성장 동력에 큰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최근 내놓은 복지정책으로는 무상급식, 무상의료, 반값등록금 같은 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기존의 복지정책에다 예산확보 방안을 하나의 '패키지'로 내놓을 때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것이다.
현재 OECD국가 대부분은 GDP의 2~4%를 보육예산으로 반영하고 있지만, 우리는 0.5%에 불과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보육예산 만큼은 쓴 돈의 몇 배에 달하는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생산적 복지임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