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 소가 웃을 일이다
300만 소가 웃을 일이다
  • 거제신문
  • 승인 2012.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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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운 칼럼위원
윤병운 거제시 농업경영인 연합회장
축산농민들이 그렇게 필사적으로 살아보려고 몸부림을 쳤건만 농림부는 늘 잠잠했다. 농민은 이 나라 국민이 맞는지…. 벼랑 끝까지 몰릴 때까지 그들이 내세운 대안이라고는 '적자생존'. 동물의 왕국에서 살란 말인가?

얼마전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자식 같은 송아지를 굶겨 죽이고 쌀을 도로에 뿌리는 것을 보며 저는 형언할 수 없는 참담함과 자괴감을 느낍니다."

그가 내뱉은 심경 토로는 곧 상경 집회의 원천봉쇄로 이어졌다. 뿐만 아니다. 구제역이 발생하면 1차적으로 지자체에 책임을 묻고, 해당 농가에는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협박으로 이어졌다. 또한 송아지를 굶기는 농가에 대해서는 동물학대죄로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며 원칙과 법을 준수할 것을 경고했다.

농민이 수령해야 할 벼농사 직불금을 부당수령하고도 농림부 장관이 되었거늘 살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농민들에게 원칙과 법을 준수하라니 300만 소가 웃을 일 아닌가?

농민을 동물학대죄로 고발할 것인지, 서규용 장관을 농민학대죄로 고발할 것인지 국민들에게 묻고 싶다.

굶어 죽은 송아지를 매스컴에서 보고 너무 불쌍하고 가슴 아프다며 안타까워 하는 국민들 앞에 이러한 사태가 발생할 때까지 방치하여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고 무릎 꿇고 사죄부터 하는 것이 일국의 농정을 책임진 장관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이 아니겠는가?

다음으로 송아지를 굶겨 죽일 수밖에 없는 농심을 헤아리고 위로부터 해야하지 않겠는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4년 전 우리 국민은 경제발전을 기대하며 현 정권을 지지했다. 하지만 상승하였다는 경제 수치와는 달리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농민의 삶은 말할 것도 없다.

쌀값은 10년 전보다 싸고 소 값은 사료 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서 농민은 도대체 뭘 먹고 살아가란 말인가? 한미 FTA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9할의 농민들이 구조조정 당해야 하는 실정에 놓여 있다.

더구나 엎어진 놈 아예 밟아 버리려는 심사인지 한중 FTA마저 서두르고 있다. 과연 경제발전은 누구를 위한 것이고 국익은 누구를 위함인가?

법과 원칙 이전에 생존이다. 생존권을 박탈당하는 농민도 서럽지만 식량 주권을 소수의 초국적 기업에게 내어준 다음 곧바로 닥쳐올 온 국민의 먹거리에 대한 불확실한 미래를 피도 눈물도 없는 다국적 기업에게 맡길 요량인가?

모든 산업의 근간인 농업을 유지하고 확대 발전시켜야 하겠다는 농업적 철학도, 소신도, 신념도, 능력도 없이 오로지 당근과 채찍으로 세월을 메우려는 자가 농민의 수장으로 있는 한 농업의 미래는 없다.

400만 농민이 웃고 4,000만 국민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그런 미래를 위하여 원천 봉쇄당하는 아스팔트 농사보다는 선거 농사를 잘 지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종자 선택부터 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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