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에도 마을공동체 구성, 돌미역 등 활력 모색

남부면 대포마을은 거제도 서남단에 위치해 바다를 생활 터전으로 삼은 이들에게는 거점 지역이다.
옛부터 바다의 목장이었으므로 가까이는 통영, 멀리는 삼천포와 부산 등지의 어부들이 고기를 잡으러 왔다. 옛날만큼은 아니지만 현재도 대포마을은 어부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겨울에는 볼락과 돔, 봄에는 방어와 전갱이 등을 잡으려는 낚시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지금도 대포마을에서는 매일 아침마다 위판장이 열린다. 홍도 근처까지 가서 잡은 싱싱하고 맛좋은 생선이 겨울철에는 아침 7시, 여름철에는 6시에 모인다.
대포마을의 옛 이름은 큰개다. 큰개는 큰 바닷가를 뜻한다. 임정민 대포마을 이장은 "다른 항구랑 비교해볼 때 실제로는 그리 큰 규모는 아니다. 다만 위치와 기능적인 이유로 그리 불렀던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대포항은 거친 바다에 쫓긴 어부들을 포근히 품던 곳이었다. 마을의 끝, 바다와 맞닿은 곳의 지명이 대변지이듯, 바다사나이들이 풍랑을 피해 서둘러 정박했던 곳이 대포항이었다.

실제 소매물도 근처 바다에서 유조선 한 척이 좌초해 구조를 해야 했는데 바람이 심하게 불고, 파도가 높아 접근하지 못했다.
구조단은 포기하고 되돌아오는 길에 대포마을 앞바다에 떠있는 뗏목에서 돌미역을 캐는 노부부를 발견했다. 사고지점과 대포항은 배로 불과 5분 거리인데 말이다. 그 만큼 이곳의 파도는 고요하고 정적이다.
"지금이야 동력선이 널렸지만 우리 어릴적에는 마을에 동력선이 2척 있었다. 동력선이라고 해도 전진만 가능해 돌아오는 길에는 노로 뱃머리를 돌렸다"며 임 이장은 과거를 추억했다.
세상 만물이 변하듯 현재 대포마을에는 60가구 150여명이 살고 있다. 마을 주민들의 평균연령도 급속하게 높아지고 노동력은 쇠락했다. 지켜온 대포마을의 명성을 내놓을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래서 마을사람들은 대포항을 1종 국가어항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피항을 오는 어선을 안전하게 정박시킬 수 있는 항구를 만들고, 관광객을 위한 광장과 소공원도 조성해 새로운 소득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기반조성을 위한 공사와 더불어 마을사람들은 '콘텐츠'를 고민했다. 2년 전부터 '대포자율관리공동체'를 구성해 돌미역을 생산한다. 아직 시작 단계지만 품질은 자신이 있다고 한다.
또 마을의 특산품인 새우와 돌미역을 파는 판매장도 문을 연다. 새우의 경우 10kg 단위로 포장돼 삼천포와 창원 등지에 팔렸었다. 그런데 앞으로는 500g으로 소포장해 망산을 찾는 등산객, 손맛을 보러온 낚시객, 장사도를 찾는 관광객에게 팔 생각이다.
광장과 소공원 사이 약 100m에 이르는 모래사장을 해수욕장으로 개발,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제공한다는 복안이다. 대포항에서 출발하는 장사도유람선 '대포크루즈'도 손님맞을 준비를 마쳤다.
피항의 장소로 '바다사나이'들을 포근히 감싸안았던 대포항. 일상의 권태를 잊고 자연을 벗삼아 휴식을 취하러 오는 이들에게도 어머니품처럼 포근함과 안락함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1종 국가어항에 하수종말처리장이 없는 곳은 대포마을 뿐일 것이다."
임정민(64) 대포마을이장은 이곳에 하수종말처리장을 설치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마을 최고의 자산인 청정해역을 오폐수로 잃을까 노심초사하기 때문이란다.
고령화로 노동력이 부족해지면서 마을사람들이 자구책으로 구성한 '대포자율공동체'는 돌미역 채취에 한창이다. 초기 단계라 목돈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을 믿고 마을사람들이 합심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란다.
낚싯배 운영은 돌미역 사업과 더불어 대포마을 사람들에게 새로운 수입원이다. 임 이장은 이들 사업에 앞서 청정해역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대포마을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