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예산 투입되는 일회성 축제 곤란"
"대규모 예산 투입되는 일회성 축제 곤란"
  • 김경옥 기자
  • 승인 2012.02.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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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조선해양축제 효율성 논란 확산…시, 협의 요청 없이 예산 70% 가량 양대 조선소에 부담

▲ 박장섭 세계조선해양축제추진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시청 브리핑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그동안의 추진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협의 불충분한 상태서 돈만 내라니…"

이러한 우려는 세계조선해양축제 개최가 행사 관계자들간의 합의와 공감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에서 기인한다.

축제에 필요한 예산은 총 42억원. 추진위는 거제시가 5억원, 주관사인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33억원, 입장료 수입 4억원으로 충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 조선소 관계자는 "주관사들과의 사전 협의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가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아무리 주관사라고는 하지만 예산의 70% 가량을 양대 조선사에 부담시키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조선소 관계자는 "예산을 포함한 주관사의 참여를 논의하는 공문이나 협조 요청을 받아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특히 매각절차를 앞두고 있는 대우조선의 경우 300만원 이상을 집행하려면 대주주인 기업은행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라 막대한 금액을 출원하는 것이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행사장 적정성 논란, 전시선 동원 난항

이번 축제의 성사여부는 주관사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예산은 물론 행사에 필요한 무대, 신조 선박 전시 등의 책임이 조선사에 주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상공연의 주무대로 사용할 예정인 장항선(바지선) 섭외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조선사 관계자는 "선박 건조의 경우 연초에 생산계획을 미리 짜 놓는데 갑자기 바지선을 내놓으라니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바지선을 하루 운용하지 못할 경우 100억원에 가까운 손실액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추진위는 "바지선 사용이 어려워질 경우를 대비해 오페라 크루즈를 공연장으로 활용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장소 선정 역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번 축제가 2014년에 경남도가 주최하는 세계조선해양엑스포를 대비하는 '예행연습' 성격이라면, 고현항이 아니라 조선해양엑스포가 열리는 지세포 일원이 맞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과적으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일수록 필요로 하는 것이 의사소통인데, 그것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지적은 시의회와 관광업계, 총선 예비후보측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

모 시의원은 "지난해 시에서 추진하고자 했던 세계범선축제가 여의치 않으니 세계조선해양축제로 명칭만 변경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의회에서 세계조선해양축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려고 했더니 동료 시의원을 추진위원장으로 선임하는 바람에 입장이 곤란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 여행사 대표 역시 "조선산업의 우수성을 알리고, 조선소 근로자가 흘리는 땀방울의 가치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그들의 참여를 위해 준비된 것이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계조선해양축제와 조선해양엑스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라도 이번 축제를 내년에 개최, 차질없는 준비와 충분한 예행연습을 갖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민주통합당 소속 변광용 국회의원 예비후보는 지난달 논평을 내고 "거제시가 개최할 예정인 조선해양축제를 경남도가 준비 중인 조선해양세계엑스포와 연계해 '프리 조선해양세계엑스포'로 준비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변 예비후보는 "조선해양세계엑스포는 거제시에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줄 수 있는 큰 사안인 만큼, 세계조선해양축제와 따로 준비하게 되면 낭비성 축제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세계조선해양축제 조감도

준비시간 짧고 홍보 부족

세부적인 행사준비 시간과 홍보부족 역시 문제점으로 꼽힌다. 축제가 3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디큐브백화점 외벽에 대형 현수막을 게시한 것 외에 내세울 만한 홍보가 없다.

또 추진위가 지난달부터 오는 12일까지 행사관련 시민 아이디어를 공모한다고 밝혔지만, 많은 시민들이 이런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조선소 근로자들의 화합을 위해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 대항전을 열겠다는 계획에도 말들이 많다. 한 협력업체 근로자는 "조선소 관련 근로자 중 협력업체 소속의 근로자 수가 훨씬 더 많은데 이들을 제외하고 화합을 도모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성공조건은 빠른 선택과 집중

축제의 당위성과 성공여부에 대한 이같은 우려와 지적에 대해 추진위측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장섭 추진위원장은 "주관사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충분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면서 "예산낭비라는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내실있는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선산업의 도시 거제가 두 축제를 통해 세계적 조선산업도시로서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분석과 사전점검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우선 개최시기를 조정하는 방안을 재검토한 뒤, 여의치 않다면 주관사들과의 충분한 협의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도 굳이 배제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세부적인 행사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돌다리를 두드려보는 자세와 함께, 막대한 예산 집행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시스템도 정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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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평주민 2012-02-07 15:36:42
42억이면 적은 돈이 아닌데, 일회성 행사에 쓰지 말고 좀더 의미있는 용처를 찾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경남도와 거제시가 굳이 비슷한 행사를 할 필요가 있나 싶네요. 후원기업에게도 부담이 될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