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한 공직사회, 시민이 힘 보태야
청렴한 공직사회, 시민이 힘 보태야
  • 거제신문
  • 승인 201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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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배창일 사회부 차장

중국 동한 시대 때 '양진(楊震)'은 '관서지방의 공자'라는 말을 듣던 사람이다. 안빈낙도의 삶을 살다 쉰 살이 넘은 나이에 관직에 올랐다.

양진의 고사중 이러한 일이 전해져 온다. 동래 태수로 부임하러 가던 양진이 창읍현이라는 곳에서 하루 묵을 때 그 지방의 현령이 밤에 찾아와 황금 10근을 선물하려 했다. 요즘으로 치면 민선 도지사나 교육감에 당선되자 축하용 뇌물을 전한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양진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자네를 알아주었는데, 자네는 나를 알아주지를 못하구나. 대체 무슨 짓인가?" 창읍현령인 왕밀이 답했다.  "한 밤중이니 아무도 이 사실을 아는 자가 없을 것입니다." 이에 양진이 말했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자네가 알고 있는데, 어찌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하는가?"

관행이라는 말의 무게가 얼마나 무겁고 무서운지는 당해본 사람만이 안다. 공무원들에게 밥을 사고 뇌물을 전해야만 자신이 원하는 일이 좀 더 빨리, 좀 더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믿는 시민들이 아직도 많은 것이 거제의 현실이다.

이를 반증하듯 거제시는 올해를 청렴 원년으로 선포하며 강도 높은 특별대책을 시행한다고 부선을 떨고 있다. 각각의 기준을 정해 이를 지키지 않는 공무원들에게는 큰 불이익을 내릴 방침이라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이상적인 관료상을 일컬어 '청백리(淸白吏)'라고 했다. 관직 수행 능력과 청렴·근검·도덕·경효·인의 등의 덕목을 겸비한 인물에게 청백리라는 명예로운 호칭이 주어졌다.

이를 계승하기 위해 국가공무원법에서도 청백리상을 규정해 시상하고, 수상자에게는 승진 등의 특전을 주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청백리 정신은 시상이나 승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수양하는 데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거제시가 청렴한 지자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각종 제도의 틀을 마련하는 것보다 해이해질 대로 해이해진 공무원의 도덕성과 인간성을 회복시키는 일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그 어떤 시책이나 좋은 규율도 그것을 지키고 실천하려는 정직한 마음이 없다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따름이다.

거제시 청렴 원년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는 권민호 시장은 공무원 청렴선포식에서 "내가 먼저 깨끗하고 청렴하게 생활한다면 1,000여 명의 공직자들이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며 아쉬워했다.

청렴한 공직사회를 만드는 일은 공무원들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이를 뒷받침하고 힘을 보태 줄 시민들의 인식 전환도 필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하는 청렴도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일은 결코 어렵지 않다. 청렴도 평가라는 일종의 잣대보다 거제시민이, 거제시 공직사회가 스스로 느끼고 실천하는 정직과 믿음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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