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사에 참여 여부 공문 보내놓고 위원장 유럽연수 출국 논란
오는 5월 고현항 일원에서 개최될 예정인 '세계조선해양축제'의 성공여부가 짙은 안개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의원인 추진위원장까지 시의회 해외연수로 출국,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세계조선해양축제 추진위원회(위원장 박장섭 시의원)는 지난 10일 오전 11시 삼성 게스트하우스에서 세계조선해양축제 주관사와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장섭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과 삼성중공업 및 대우조선해양 실무자 등 17명 가량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3시간 정도 진행된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취재기자의 접근 조차 차단한 채 열린 간담회에서는 과연 어떤 말이 오간 것일까?
위원회 측에 따르면 이날 간담회에서는 세부프로그램에 대한 문제점 및 실행가능 여부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세간이 주목하고 있는 15억원이라는 예산 부담에 대해 이 관계자는 "주관사가 예산에 대해서는 특별한 말이 없었으며, 생산일정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며 인력 동원에 관해서만 난색을 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나흘 후인 지난 14일 시민단체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박장섭 위원장이 밝힌 내용을 보면 비공개 실무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은 어느 것도 없어 보였다.
시민단체와의 간담회 내용은 예상보다 간단했다.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지적된 문제점을 시민단체에서 묻고, 박 위원장이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주목할 부분은 박 위원장의 발언이다.
그는 "행사지원금은 삼성과 대우 관계자가 참석한 4차례의 회의에서 공감대가 형성됐었다"고 운을 뗐다. 그면서도 "지금 와서 삼성과 대우가 참여 못하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다. 참여하지 않을 경우에도 축제를 개최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도 말했다.
또 "6개 분야 38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데 조선소 마라톤대회, 완성 선박 승선 체험 등 일부 행사는 주관사 측이 제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그러면서 "조선소 마라톤대회와 승선 체험을 포함한 11개 항목의 세부프로그램 참여 가능 여부에 답해 달라는 공문을 주관사 측에 발송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쇳가루를 비롯해 각종 유해물질에 노출돼 있는 조선소 안에서 건강을 위한 마라톤대회를 개최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의견이 있다.
완성 선박 승선체험 역시 선주사로부터 동의 또는 승인을 받아야 가능한 것이어서 실현 가능성에 논란이 있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해상 개·폐회식 행사에 쓰일 자항선 및 바지선의 대여가 무산되었을 경우를 대비한 뾰족한 대책 또한 찾기 힘들었다.
박 위원장은 "바지선을 무대로 가로 150m, 세로65m의 대형 자항선 2개를 붙여 관람석으로 만들면 세계가 주목할 것"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가도 "삼성과 대우에 4개 안을 제시해 놓았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1안은 바지선으로 해상무대를, 2개의 자항선으로 해상 관람석을, 모래하치장을 일반 관람석으로 활용한다.
2안과 3안은 자항선을 각각 1개 씩 제외하는 내용이고, 마지막 4안은 바지선 2개로 해상무대와 관람석을 만들고 대부분의 관람석을 모래하치장에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삼성과 대우의 해상무대 및 관람석 관련 수용 범위에 따라 행사 규모를 달리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은 '사상누각'이라는 평가다. 축제 기획을 할 때 참가자 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1안과 4안의 관람석 차이는 최소 1만석에 가깝다.
실현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양 주관사가 이미 난색을 표한데다, 바지선과 자항선 임대 및 설치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세계조선해양축제는 조선도시 거제의 세계적 위상을 높이면서 우리나라 조선 산업의 자긍심을 세계에 알리고, 동시에 조선산업의 관광상품화를 꾀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추진돼 왔다.
하지만 구체적인 준비 과정과 현황에 접근해 보면, 주관사와의 협의나 프로그램별 실현가능성에 대한 전문적 검토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추진위측은 이 같은 안팎의 지적과 비판을 해소하기 위해 주관사 측에 11개 항목의 세부 프로그램 참여 여부를 묻는 공문을 보냈고, 최근 회신이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박장섭 추진위원장은 최근까지 "나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세계조선해양축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그런데 주관사의 참여 회신이 도착할 즈음인 17일, 시의원인 박장섭 위원장은 논란이 일고 있는 6박7일간의 시의회 유럽연수에 참여하기 위해 출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