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조선소의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외주업체 직원 등을 중심으로 대우조선해양이나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등 조선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한 불법 알선과 비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세간에는 지역 유력인사들의 자녀들이 양대 조선소에 부정 입사했다는 소문이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구체적인 증거나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A씨의 아들은 모 식품 관련 업체에서 일을 하다 지난해 한 조선소 배차관리직으로 입사했으며, B씨의 아들과 C씨의 딸도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조선소에 입사했다는 게 소문의 골자다.
이밖에도 직영에 들어가기 위해 최소 3,00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거나, 특정인을 거론하며 이 임원을 통해 '작업'하면 직영에 입사할 수 있다는 소문까지 꼬리를 물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고현에서 술집을 운영하던 양모 씨가 '사기죄'로 구속되기도 했다.
양씨는 2010년 당시 20대 후반의 박 모씨에게 '삼성 직영에 들어가게 해주겠다'며 알선료로 7,000만원을 요구했고 이 중 3,5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약속했던 '직영 취업'은 성사되지 않았고 박 씨가 양 씨를 '취업 알선 사기'로 고소하면서 양 씨는 결국 쇠고랑을 차게 됐다.
그로부터 몇달 뒤 대우조선해양 직원 40여명이 '취업 비리'로 무더기 처벌을 받았다. 이들은 '직영 취업'의 대가로 적게는 2,000만원에서 많게는 3,000만원의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현재 재판에 계류 중이다. 이들 중 일부는 징계 처분을 받았으며 인사담당자 1명은 구속됐다.
대우조선해양의 인사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표면적으로는 인사 청탁이 잠잠해진듯 보이지만, 취업 사기 및 인사 비리의 질긴 고리가 쉽게 끊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나돌만큼 거액의 알선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직영에만 들어갈 수 있다면 빚이라도 내겠다'는 젊은이들의 간절함을 악용한 악질 사기는 끊이지 않고 있는 것.
한 시민은 "돈 있고 빽 있으면 직영 들어갈 수 있다는 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진실 아닌가"라며 "지역 유력인사 자녀들도 빽으로 들어갔다는 소문들도 난무하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취업 사기 및 인사 비리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 배경에는 거제 안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직영 지상주의'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양대 조선소에 근무중인 노동인구 5만5,000명의 절반이 넘는 3만여명이 협력업체 종사자들이지만 이들은 직영종사자들과 구분돼 철저한 차별의 시선에서 고통받고 있다.
모 협력업체에 근무 중인 최모(30)씨는 "직영에 들어가기 위해서 온갖 방법을 다 찾아봤지만 결국 안됐다"며 "결혼도 해야 하는데 거제 여성들은 직영 남자가 아니면 결혼 대상자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씁쓸해 했다.
또다른 근로자 김모(47)씨는 "언젠가 직영 소속의 외국인 근로자가 협력업체 직원이라는 이유로 멱살을 잡는 경우도 봤다. 우리 몸에 등급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라며 "똑같은 사람인데 사내에서 물건을 빌리려고 해도 명찰이나 헬멧 등을 보고 일단 신경질부터 내고 본다"며 분노했다.
각종 인사 비리 및 취업 사기가 이어지면서 '직영행 골든티켓'을 갖지 못한 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