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 이동편의를 위해 2010년 거제에서 첫 선을 보인 저상버스가 애물단지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지역도로 여건 상 저상버스의 운행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차량 자체의 구조적 문제로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과다한 차량 관리비와 부품 수급의 애로, 운전의 어려움 등으로 지역 버스업계 마저 손사레를 치고 있다.
현재 거제지역에서 운행되고 있는 저상버스는 총 8대. 오는 3월 새롭게 4대가 투입될 계획이어서 올해 총 12대의 저상버스가 지역민을 실어 나르게 된다.
그러나 당초 저상버스 도입 취지와는 달리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용률이 저조한데다, 노인들마저 저상버스 이용을 꺼려해 또 다른 문제점을 낳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차량 자체의 구조적 문제와 지역 도로 여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저상버스의 경우 일반 차량에 비해 의자가 높고 좌석과 통로가 좁아 이용객들이 불편해 하고 있다. 또 차량에 장착된 에어쿠션 때문에 차체의 출렁거림이 심한 점도 이용객의 불만을 사고 있는 부분이다.
시 관계자는 "천연가스(CNG)를 연료로 하는 저상버스의 경우 3~4개의 제작업체가 있어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지만, 경유로 운행하는 저상버스 제작업체는 대우버스 한 곳이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대우버스에 차내 편의장치 개선을 지도해 이용자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곡각지역과 산악지역이 많은 지역 도로여건도 저상버스 운행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저상버스가 운행할 수 있는 지역이 국도14호선 위주로 한정되다 보니 면지역 교통약자들은 여전히 저상버스 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버스 기사들도 저상버스 운전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차량 전고가 낮고 길이가 길어 곡각지대 운행이 어렵고,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에도 조심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버스업계에서는 자사 소속 운전자 가운데 '베스트 기사'를 최우선적으로 저상버스에 배정하고 있지만, 차량 운전에 따른 인센티브 등이 전혀 없어 저상버스 운전 기피현상은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차량 관리비가 일반 버스에 비해 3~4배 가량 많이 든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버스업계 관계자는 "주요 부품이 모두 수입품이어서 가격이 비싼데다 수급 자체가 어렵다"면서 "차량 미션 가격만 해도 3,000만원을 넘는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차량고장 시 수리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어 배차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버스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지역의 도로여건이 저상버스가 운행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차량구입비와 운영비를 일부 지원받고 있지만 가격 대비 활용도 측면에서 본다면 운행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지역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저상버스가 계속 도입되는 것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라면서 "지역의 특성을 감안해 좁은 길과 급 커브길에서도 운행이 가능한 중소형 저상버스 도입도 고려해 볼만 하다"고 제안했다.
시 관계자는 "정부 시책이 지역 현실과 대치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저상버스 도입은 교통약자 이동권 확보를 위한 지상과제"라면서 "저상버스 이용량 및 지역 장애인 단체 여론조사 등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