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란한 조명과 신나는 음악, 젊음의 열정이 고스란히 표출되는 곳 나이트클럽.
음악에 몸을 맡기고 무아지경에 빠져드는 청춘에게 나이트클럽은 주체할 수 없는 열기를 뿜어내는 해방구다.
지난 10일 신현읍에 위치한 거제관광호텔 아라비안나이트엔
거제와 통영 하동의 장애우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한바탕 잔치를 벌였다.
흥겨운 음악이 나올 때마다 몸을 흔드는 이들의 얼굴엔
즐거움과 기쁨의 희열로 가득했다.
세 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음악과 춤, 웃음과 감동이 함께한
제3회 경상남도 장애우 경진대회를 찾아 그들의 때묻지 않은
아름다운 모습을 담았다.

# 다시 만나게 돼 너무 반가워요

제3회 경상남도 장애우 경진대회가 열리는 거제관광호텔 아라비안나이트.
행사시작 3시간 전부터 자원봉사원의 손길이 분주하다. 장애우들에게 대접할 음식을 준비하고 행사장을 정리하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오늘을 손꼽아 기다렸을 장애우들 생각에 자원봉사원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했다. 조금 늦게 나온 봉사원들도 소매를 걷어 부친채 일거리를 찾아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12시가 넘자 오늘의 주인공들이 속속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는 장애우들이 자원봉사원의 부축을 받으며 행사장으로 향했다. 먼저 도착한 거제지역 장애우들이 테이블에 놓여있는 음식들을 먹고 있는 사이 통영과 하동지역 장애우들이 도착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인사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다.

악수를 하고 얼싸안으며 “다시 만나게 돼 너무 좋다”라는 말을 전한다. 행사장이 장애우들의 말소리로 가득하다.

주인공들이 도착하자 봉사원들의 발걸음도 바빠진다. 점심시간때인지라 차려 논 과자며 과일, 음료수 등이 빠른 속도로 사라진다. 여기저기서 빈 접시를 흔들며 음식을 더 달라고 아수성이다. 친구와 함께 먹으면 음식도 더 맛있어 진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 장기자랑 막이 오르다

12시 30분이었던 행사 시작 예정시간을 훌쩍 넘어 1시20분께 우렁찬 음악과 함께 개회식이 진행됐다.

참석한 내빈들이 소개될 때마다 열심히 박수를 친다. 개회식이 조금 길어지자 장애우들의 얼굴에 조바심의 빛이 역력하다. 어서 빨리 신나는 음악에 몸을 흔들고 싶은 마음뿐이다.

김충식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으면서 본격적인 장기자랑이 시작됐다. 참가팀들이 소개되면서 신나는 음악이 나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춘다.

몇몇은 무대로 뛰어 나간다. 브레이크 댄스며 뽀뽀춤, 엉덩이춤 등 정체불명, 국적불명의 춤들이 난무한다. 무대와 객석이 한순간에 웃음바다로 변했다.

참가팀 소개에 이어 원장들이 무대에 올라 인터뷰를 한다. 약간 험악한 인상의 작은예수의 집 원장에게 사회자가 “원생들이 조폭과 생활하고 있다”고 해 또다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또 다른 원장은 상품이 너무 열악하다며 금대현 거제돌고래봉사단장에게 상품의 질을 높여달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한다.

상품을 걸고 원장들이 말하고 답하기 게임을 했다. “야”, “왜”, “사랑해”를 빠르게 계속하는 게임이 진행되자 장애우들이 더 큰소리로 따라해 진행이 어려웠다. 결국 댄스대결에 나서 섬진강 사랑의 집 원장이 우승, 상품을 획득했다. 행사장 곳곳에 위치한 자원봉사원들이 장애우들을 부축하며 화장실로 안내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본격적인 장기자랑에 앞서 축하 공연으로 댄스스포츠가 선보이며 무대를 열광적인 분위기로 몰고 갔다.

현란한 율동과 음악에 장애우들의 어깨가 들썩인다. 반야원생들이 ‘동방신기’의 ‘풍선’에 맞춰 깜직한 율동을 선사하며 대회의 시작을 알렸다.

손에 손에 풍선을 들고 반짝이를 뿌리던 반야원생들은 ‘사랑의 총알’을 쏘며 첫 무대를 장식했다.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다.

두 번째로 등장한 애광원은 두명의 원생이 마이크를 잡고 박상철의 ‘무조건’과 윤도현 밴드의 ‘사랑2’를 무반주로 노래했다. 사회자가 막지 않았으면 노래를 계속할 기세였다.

통영의 사랑이 모이는 샘 원생들이 세 번째 주자로 무대에 올랐다. 탬버린과 트라이앵글, 벨 등을 들고 나선 이들은 ‘도레미송’연주로 분위기를 띠우더니 ‘젊은 그대’음악에 맞춰 드럼연주를 선보이며 행사장을 뜨겁게 달궜다.

# 웃음과 환호, 기쁨이 한가득

네 번째로 등장한 작은예수의집 파랑포 분원생들은 1년 동안 갈고닦은 ‘엉덩이춤’을 선보였고 훨체어를 타고 등장한 하동 섬진강 사랑의 집 원생들이 하모니카와 밤벨로 ‘에델바이스’와 ‘당신은 사랑받기위해 태어난 사람’을 연주, 탄성과 환호를 동시에 받았다.

이어 나온 작은예수의 집 고현분원생들은 비옷을 입고 현진영의 ‘흐린 기억 속의 그대로’에 맞춰 폭발적인 율동을 선사했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통영 자생원생들은 귀엽고 깜찍한 ‘쟁반춤’으로 대회 끝을 장식했다.  
모든 공연이 끝나자 함께한 장애우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모두 무대에 나와 신나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그 순간은 말이 필요 없었다. 장애우들의 얼굴에 땀방울과 웃음이 번져나갔다. 순위에 상관없이 함께한 시간이 마냥 즐거운 이들이었다.

이날 자원봉사를 위해 참여한 중앙고등학교 3학년 김정란, 김경선, 이슬비 학생은 “너무나 재미있었고 장애우들의 뛰어난 실력에 감탄했다”며“장애우들의 순수한 모습이 너무 아름답게 보였고 함께 즐길 수 있어 너무 좋았다. 기회가 있다면 다시 한 번 봉사원으로 참여하고 싶다”고 이날의 소감을 밝혔다.

이한우(50) 아라비안나이트 사장은 “지역의 자원봉사자들과 장애우들이 함께 하루동안 나이트클럽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흐믓하다”면서 “참가하는 팀들이 어떤 장기자랑을 선보일지 기대를 하게 된다. 다음번 대회땐 장소제공은 물론 좀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금대현 거제돌고래봉사단장은 “올해 행사가 열리기까지 수고해 주신 모든 분들과 장소를 제공해 준 아라비안나이트 사장님, 자원봉사자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한다”면서 “이 행사가 계속 발전해 거제와 경남을 대표하는 장애우들의 큰 잔치로 자리매김 했으면 한다”고 앞으로의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