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 선택의 시기가 도래했다
'종자' 선택의 시기가 도래했다
  • 거제신문
  • 승인 2012.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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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운 칼럼위원
윤병운 거제시 농업경영인 연합회장
바야흐로 종자 선택의 시기가 도래했다. 소가 굶어 죽는 시대. 21세기 한국 농업의 현주소다. 소가 굶어 죽는 다음 차례는 누가 될 것인지 이제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먹을 것이 넘쳐나는 시대에 사는 것 같지만 10년도 못 가서 식량 부족 상태에 직면할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지금의 농정대로라면 경쟁력 없는 중소농은 구조 조정 당할 수밖에 없고 소가 굶어 죽는 것은 그 시작일 뿐이다. 절대 다수의 중소농이 몰락하고, 기상이변은 더욱 잦아지고, 농지는 급속도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국제 곡물가는 기름값과 더불어 급등하는데 현재 식량 자급율은 25%(쌀을 제외하면 3%). 과연 식량 위기는 가난한 나라들의 문제라고 말할 수 있을까?

농림부의 국장급 인사는 수입이 아니고는 먹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공공연히 말하며 한중 FTA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근거로써 꼼수를 부린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건강한 밥을 먹게 해야 한다는 국민 의식은 서울시장까지 바꿀 정도로 내공이 쌓여 있다. 지금부터라도 농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철학적 신념이 한국 농정에는 시급하다.

2012년 올해는 총선종자와 대선종자를 선택하는 해이다. 총선종자는 4년짜리 농사고, 대선종자는 5년짜리 농사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집회조차도 우리 농민에게는 만만치 못하다. 원천 봉쇄나 구상권 청구가 두렵다기보다는, 해 지면 가축들 여물 먹이러 귀가해야 하니 말이다. 땅농사 짓자니 치솟는 기름·사료·비료값 때문에 생산비 건지기 쉽지 않고, 채소라도 좀 심으면 널뛰기 가격에 갈아엎기 일쑤고, 거리로 뛰쳐나와 아스팔트 농사라도 좀 지으려니 원천봉쇄라나 뭐라나. 법과 원칙을 지키려 해도 생존권이 위협 받는 중소농으로서는 숨가쁘다.

들녘에 봄은 다시 찾아왔건만 무슨 씨앗을 심어야 할지 막막하다. 하지만 땅은 겨우내 쉬었던 탓인지 농부들의 쟁기질에 기름진 속살을 내민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영양분을 축적한 반지르르한 과메기처럼 말이다. 하지만 땅 보기가 부끄럽다. 깊은 한숨 때문이다.

장기적 안목 없이 만들어진 농업정책들은 실패를 거듭하면서 조변석개로 갈피를 잡지 못했고 농민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미국산 소고기를 개방했다가 국민의 저항에 직면하자 일부 검역 조건을 수정했다. 쌀값이 폭락하자 살처분 정책으로 일관하더니 구제역이 걷잡을 수 없게 되니까 살처분 정책을 폐기하고 백신정책으로 전환했다. 농업대란의 연속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 광우병 파동, 쌀값 폭락, 채소 대란, 구제역 대란, 소값 폭락, 한미 FTA 날치기 처리 등.

종자 선택이 농사의 절반이라고 했던가. 이젠 정치농사라도 잘 지어야겠다. 그러기 위해서 총선 종자, 대선 종자 선택부터 잘 해야 되리라. "6월 10일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보았다. 시위대의 함성과 함께. 제가 오래 전부터 즐겨 부르던 아침 이슬 노래도 들었다.

캄캄한 산 중턱에 홀로 앉아 시가지를 가득 메운 촛불의 행렬을 보면서 국민들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자책했다."(08년 6월 19일 이 명박 대통령의 특별 기자회견 내용)

이런 말들을 한 점 거짓 없이 진심을 담아 말할 수 있는 그런 종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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