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사망원인 규명 1인시위 한달째
아들 사망원인 규명 1인시위 한달째
  • 김경옥 기자
  • 승인 2012.03.12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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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학교폭력으로 인한 사망 주장…경찰 재수사 착수

학교측도 난감…장례 뒤 재수사 '진실 규명 이뤄질까'

지난해 11월 2일, 지역의 한 고등학교 화장실에서 보충수업을 받던 A군(16)이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나간 뒤 숨진 채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A군이 화장실 변기 앞으로 엎드린 채 숨져 있었고, 부검 결과 사망원인이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장마비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족들은 A군이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를 할 만큼 건강한 상태였고, 젖은 옷과 침수로 고장난 휴대전화 등을 예로 들며 학교폭력에 의한 사망이라고 맞서고 있다.

A군의 어머니 김 모씨가 아들의 사망원인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학교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계속하자 경찰은 재수사에 착수했다.

이미 장례를 치른 상황에서 정확한 사망원인을 규명하기는 쉽지않아 보인다. 경찰조사와 부검 결과, 그리고 유족의 주장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해 봤다.

화장실에서 심장마비로 사망, 부검결과 질식사

지난해 11월2일 오전 9시께 화장실을 갔던 B군(16)이 변기 쪽으로 엎드려 숨져 있는 A군을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다.

B군은 경찰 조사에서 "화장실 틈으로 옷자락이 보였는데 인기척이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는 A군의 심장박동이 멈춰있는 것을 확인했다. 병원에 도착해서 응급조치를 위해 신체 일부에 구멍을 냈지만 A군은 회생불가 판단이 내려졌고, 곧 사망 진단이 내려졌다.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정확한 사망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사건발생 하루 뒤인 11월3일 부검을 의뢰했다. 결과는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장마비(자세질식)였다.

숨진 아들을 가슴에 묻은 A군의 어머니 김 씨는 부검결과가 나오자 이것저것 따져 볼 생각도 없이 곧바로 장례를 치렀다. 그런데 장례를 치른 뒤 마음을 달래고 있을 무렵, 한 인터넷사이트에 '아이가 물로 인해 죽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물에 젖은 휴대전화, 물 때문에 사망한 것"

학교 정문에서 아직도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 씨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김 씨의 낯빛은 어두웠고 퉁퉁 부어오른 입술이 애절한 심경을 표현하고 있었다.

"애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고 초상을 치를 때는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아침에 학교 간다며 집을 나간 아이가 2시간도 안 돼 죽었는지 따져볼 생각을 못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시신확인 당시 A군의 머리카락이 흠뻑 젖어있고, 경찰에게서 받은 옷도 젖어 있어서 '왜 이렇게 젖었을꼬'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경황이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다가 인터넷사이트를 보고 "물 때문에 죽었다는 판단이 들었다"는 것이 김 씨의 설명이다. 사망당시 A군이 입고 있던 상의 주머니에서 '침수'로 고장난 채 발견된 휴대전화도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고 한다.

휴대전화 이름에 학교폭력 암시

유족이 주장하는 또 다른 정황은 이랬다. 어머니가 용돈을 주는 데도 등굣길에 집 근처에서 슈퍼를 하는 외할머니에게 들러 용돈을 타가는 일이 많았고, 사고가 나기 전날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러 다녔다.

그 만큼 A군은 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많이 작고, 학력도 떨어져서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유족은 사고 당일에도 화장실에서 돈을 요구하는 괴롭힘을 당하다가 죽음에 이르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한다.

A군의 외할머니는 "내가 오랫동안 슈퍼를 하다가 그만 둔 지 한 달쯤 됐을 때 외손자가 죽었다, 내가 용돈을 계속 줬으면 애가 그렇게 되지 않았을 거라는 죄책감에 가슴이 미어진다"고 눈물을 삼켰다.

실제로 기자가 A군의 휴대전화 통화 목록을 확인한 결과, 사망 며칠 전 자신을 폭행했던 것으로 보이는 학생과 통화한 내역이 확인되기도 했다. A군은 전화번호 소유자 이름을 자신에게 폭행을 가한 학생이라고 직접 명시해 뒀다.

응급실에서 처음 시신을 봤을 때의 상황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병원 응급실에 갔을 때 보호자의 동의도 없이 시신이 훼손돼 있었다. 병원에서는 응급처치를 하기 위해서였다고 하는데 이미 사망한 아이의 몸에, 왜 구멍을 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증거품이 될 수 있는 옷도 김 씨의 의구심을 키웠다. "경찰은 증거물품인 사망자의 옷을 조사 없이 보호자에게 줬다. 옷이 왜 젖었는지 조사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경찰  "당혹스럽다" 재수사 착수

유족 측의 이 같은 주장과 해당 학교 및 경찰의 판단은 완전히 달랐다. 학교 관계자는 "사망한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자"라고 밝히고 "평소에 간질증상을 보이는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학생이 사망한 가슴 아픈 상황에서 전 교직원과 학생들이 성금을 모아 위로를 전했고 이에 유족들도 감사를 표하기도 했었다"며 "사건이 정리된 상태에서 유족들이 갑자기 '학교폭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 역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교사와 학생 20명 등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수사를 통해 사망원인을 '사고사'로 결론지은 상황에서 유족들이 수사결과를 불복하는 것에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유족들의 항의로 재수사를 맡은 경찰 관계자는 "기존 수사결과에서 유족들이 인정하지 못하는 부분, 확인해 달라는 부분을 중점으로 재수사하게 된다"면서 "사망한 학생에 대한 장례가 치러진 상황에서 의혹을 입증할 확실한 증거를 현재로서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유족들이 '의심'하고 있는 시신훼손과 유품에 대해서도 "의사의 판단에 따라 응급처치를 한 것이지 시신을 훼손한 게 아니며, 학생의 옷가지를 보호자에게 인계할 당시 상황에는 증거가 아니고 유품이었다"고 밝혔다.

기자가 사망관련 자료를 들고 전문의를 만나 자문을 구한 결과 "사진과 자료만 가지고 사망원인을 알아내기는 힘들다"며 "객관적인 증거가 되는 것은 부검 결과"라는 답변을 들었다.

"남편 같았던 아들…내 잘못"

그렇지만 유족들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소문의 한 끝자락에서부터 구체적인 정황까지 쫓아가며 언젠가는 아들의 정확한 사망원인 규명에 희망을 걸고 있다.

"아이(A군)가 5살 때 이혼을 했다. 남편이 아이를 키우겠다고 했는데 설움 받을까봐 억지로 내가 맡아 키웠다. 여자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이 힘들었지만, 나에게는 남편과도 같은 아들이었기에 공부는 끝까지 시키려고 했다. 그런데 고등학교도 졸업하기 전에 애가 저 세상으로 가버렸으니 다 내 잘못인 것 같다"며 가슴을 치는 어머니가 있다. 

경찰의 재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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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조사 2012-03-19 00:17:01
이사건을 읽고 너무 초등수사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다 과연 몇년후 이사건과 연류되거나 이 사건을 모름쇠로 간다면 분명히 이 사건과 연류된 사람은 성년이 되어 이 모든것을 자백할것이다,그 전에 분명 유가족을 한번만이라고 생각된다면 재수사가 맞다, 이번 수사는 공신력이 있는 법의학자 또는 국내 제일의 수사관으로 재 수사를 해야된다는 생각이다.

김삿갓 2012-03-13 10:48:40
자식의 죽음에 대한 부모의 원한이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거제사회가 나서서 그 진실을 규명해야할 책임이 있고 각종 이해관계나 정치구호에만 익숙한 거제지역의 시민단체들의 정체성을 가늠케 할 사안이 아닌가 한다. 자식의 죽음에 원한에 사무친 부모의 심정을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 사회라면 어떤 명분으로 이 사회를 비화한다 하더라도 거제사회는 죽은 사회임에 틀림없다.

고양이 2012-03-14 06:50:41
딴말 안하겠고 만약에 이 사건을 처음 맡았던 경찰관이 본다면 한마디 해준다면
만약에 당신 자식(아들,딸)이였다면 이 사건을 그냥 허망 하게 끝네고 그냥 묻어
갔을까? 사람이라면 부모된 마음을 한번더 보고 느끼면서 진실된 수사를 해야 된다.

잔잔한호수 2012-03-12 19:43:01
처음부터 다시 수사하시어 어머니의 한맷힌 마음을 꼭 풀어 드렸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