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내버스마저 들어오지 않는 작은 오지마을, 노인만 25세대 사는 사등면 장좌마을이 지난 13일 갑자기 시끌벅적 해졌다.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사장 설평국) 복지시설관리팀 직원들이 장좌마을을 방문해 '봄맞이 대청소'를 하겠다고 선뜻 나선 것이다.
옥포복지관·청소년수련관·청소년문화의집·거제시추모의집 등에 소속된 27명의 직원들은 마을 곳곳을 돌며 방역을 하거나 쌓인 쓰레기를 치웠다.
방역을 맡은 안종현 청소년지도사는 "어르신들이 여름에 모기 때문에 고생하지 않도록 하수도, 도랑, 물이 고인 곳을 집중적으로 방역하고 있다"며 10㎏이 넘는 연무방역소독기를 메고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김동완 지도사는 도랑청소를 책임졌다. 눈에 잘 띄는 쓰레기뿐만 아니라 땅속에 묻힌 폐비닐과 건축자재까지 수거하는 모습에서 봉사의 진정성이 묻어 나왔다.
그는 "도시화 된 곳은 상하수도 시설이 잘 돼있지만 이런 시골은 그렇지 않다. 생활은 도시화 됐는데 기반시설은 아직 그것에 못미치니 환경이 오염된다"고 일러줬다.
장좌마을 같은 작은 마을의 경우 노인들이 예전의 방식대로 개울에 음식물쓰레기를 그냥 버리고 하기 때문에 자연정화가 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는 것이다. 도랑 둑에 무심히 자란 잡목을 베어 모기가 서식할 수 없도록 하면서 그의 도랑청소는 끝이 났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색적인 분위기가 연출됐다. 마을회관에 모인 할머니들이 피부관리에 한창이었다. 아모레 새옥포점(봉사단장 우옥진)이 봉사를 자청, 건조한 할머니들의 피부에 윤기가 흐르게 해주었다. 맛사지를 받은 할머니는 피부를 만지며 피부가 부드러워졌다고 싱글벙글이다.
피부관리가 끝난 뒤에는 노래자랑이 열렸다. 젊은이들이 먼저 박수치고 환호하면서 분위기를 띄우니 부끄러워하던 어르신들도 '얼~쑤' 어깨장단을 맞춘다.
한창 놀이판이 벌어진 마을회관 한 쪽에서는 점심 준비에 분주하다. 갓 입사한 22살 새내기도 찬물에 손끝을 적셔가며 그릇을 씻는다. 평소 어머니를 도와 집안일을 자주 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머쓱한 미소만 지어 보였다. 익숙하지는 않는 일이지만 마을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니 기분은 좋단다.
포대를 들고 마을 안길과 들녘에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하러 갔던 사람들이 돌아왔다. 묵직해진 포대에는 농약병과 농업용 비닐, 생활쓰레기 등이 가득하다.
이날 봉사활동의 하이라이트인 이동빨래방의 세탁기가 '땡!' 하며 세탁이 다 됐음을 알린다. 옥포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이동빨래방은 주 3회, 12개 마을을 순서대로 돈다. 이불빨래나 겨울 방한복 등은 노인들이 직접 하는데는 힘이 부치는 것이 사실이다.
이동빨래방에 맡겨 이불을 세탁한 할머니는 "새 것처럼 깨끗하게 빨았네…"라는 말로 고마운 마음을 대신했다. 면역력이 약한 노인은 이불, 옷가지 등을 깨끗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동빨래방은 호응을 얻을 수밖에 없다.
세탁기에서 나온 빨래를 빨랫줄에 너는 것으로 장좌마을 대청소는 끝났다. 방금 세탁기에서 나온 이불이 때마침 불어온 봄바람을 타고 춤춘다. 봉사자의 얼굴에도 장좌마을 노인들의 마음에도 따스한 봄볓같은 평화가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