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때가 되면 나는 잠시 생각에 빠지곤 한다. 올해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지,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를 생각하고 그렇게 살아가려고 노력해왔다. 그리고 새로 만날 학생들이 어떤 아이들이며 그 아이들과 그려갈 멋진 한 해를 기대하고는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는 삼월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나뿐 아니라 내 또래의 교사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요즘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 그리 반가운 일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할 것이다.
학생들은 옛날의 그 아이들이 아니다. 고집과 자기주장이 강해졌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교사에게 달려들고 수업이 지루하면 교실에서 당당하게 엎드려 잔다. 흔들어 깨우면 교사에게 짜증을 내는 것은 물론이고, 한 대 맞기라도 하면 카메라 폰으로 찍어 교사를 고발하는 아이들이다.
이 정도는 약과다. 분명히 잡담을 하는 것을 보고 지적했는데도 안했다고 눈을 치켜 뜨며 말대꾸를 하거나, 교사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을 하면 '씨X' 중얼거리다 어떻게 선생님께 그런 말을 하냐고 지적하면 절대로 그런 적 없다고 우긴다. 자식 같은 애와 싸워야 하는 교사들. 그러니 누군들 3월이 두렵지 않으랴.
나는 아이들에게 지식을 가르치기 전에 먼저 사람이 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자식을 한 둘만 기르다보니 애들이 원하는 것을 무엇이나 오냐오냐 들어주고, 귀한 자식을 귀하게 키우고 기를 살린답시고 정당한 징계를 하지 않으니 아이들은 고집이 생기고 자아가 강해져 집에서 하던 방식을 그대로 학교에서도 한다. 그래서 부모에게 거역하고 교사에게 대들고 결국은 자신의 삶을 마음대로 살아 규모 없는 인생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학생만 이렇게 변했냐고 물을 것이다. 아니다. 교사도 바뀌었다. 물론 모든 교사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요즘 새로 학교로 임용 받아 오는 젊은 교사들을 볼 때마다 나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공부는 잘해서 임용고시에 합격했을지 모르나 그들은 나이든 선배교사들을 존경하지도, 존중하지도 않는 소위 우리가 말하던 X세대였던 사람들이다.
지난주에는 나이든 한 선배교사가 갓 임용 받아 온 교사에게 뭔가를 좀 복사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을 들었다. 물론 그 일은 선배가 해야 할 일이 맞다. 그런데 선배를 위해 서류 복사 한 장도 해줄 봉사정신도 없는 그 신규교사는 복사를 하면서 입으로 '아. 씨X' 하는 소리를 냈다. 옆에서 그 소리를 들은 그날 나는 매우 슬펐다.
아이들만 바뀐 것이 아니다. 이제 교사들도 바뀌어 가고 있다. 딸, 아들 같은 신규교사들이 제 부모만한 선배 교사들에게 달려든다. 참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따지고 말대꾸를 쫑쫑 해대며 그들의 권리를 주장한다. 같은 교사인데 너나 나나 뭐 별다를 게 있냐며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다. 그들이 앞으로 우리 대한민국의 교육을 책임질 사람들이다. 이제 우리의 교육 현장은 대수술을 필요로 하는 심각한 질병의 끝으로 치달아 가고 있다고 말한다면 너무 회의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