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4시를 훌쩍 넘긴 시각, 모두가 곤히 잠든 정적을 깨며 상황실에서 구급출동을 알리는 출동벨이 울렸다.
“구급출동, 신현안전센터 교통사고 구급출동, 신속 안전 출동 바람”이란 방송과 함께 잠이 약간 덜 깬 상태로 현장으로 향했다.
나는 구급대원으로 약 2달 정도밖에 근무하지 않아 현장경험이 많이 부족해 떨리는 마음으로 현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 사등면 성포리 항구마을까지의 거리는 약10㎞ 남짓, 안전센터를 출발해 5분여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구급차에서 내려 현장 상황을 살펴보니 ‘다마스’차량이 반전복 돼있는 상태였고, 차안에서 들리는 다급한 목소리를 희미하게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차량 안을 본니 요구조자가 잠시라도 누워있기 힘든 자세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어 신속하고 안전한 구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차량의 운전석 쪽으로 진입을 시도했으나 문이 심하게 손상돼 열리지 않아 방법을 모색하던 중 트렁크가 열려 그쪽방향으로 진입한 뒤 환자의 상태를 확인했다.
환자는 경추부분의 통증과 함께 흉통을 호소, 내부장기 손상이 의심됐다. 같이 출동한 구급대원에게 환자 상태를 먼저 설명하고 구급기자재를
가져와 환자의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경추 보호대를 착용시키고 고정하는 과정에서 환자가 계속 고통을 호소했다. “조금만 참아주세요”라며
환자를 진정시키며 신속하게 응급처치를 계속했다.
응급처치를 끝낸 후 가슴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를 위해 들것(백 보드) 진입을 시도했지만 도저히 구급대원 2명으로는 구조가 불가능해 신현안전센터 간이 구조대의 지원출동을 요청하고 환자를 진정시키는데 힘을 쏟았다.

다마스 차량의 뒷자석 공간이 협소해 철선절단기를 이용해 공간을 확보하고 들것을 이용해 환자를 구조하던 중 현장경험이 짧은 나와 베테랑 구조대원 간 호흡이 맞지않아 환자가 그만 옆으로 미끄러지고 말았다. 눈앞이 깜깜해지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환자가 미끄러진 곳은 그리 높은 곳은 아니었지만 경추통증과 내부장기손상을 의심하고 있던 요구조자에게는 2차 손상이 유발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환자에게 2차 손상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현장에 있던 모든 대원들이 나 때문에 놀랐지만 환자를 진정시키고 빨리 병원으로 이송하는 일이 중요해 구급차에서 상황실에 환자 상태를 설명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안전센터에 돌아와서도 두근대는 마음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 학교와 병원에서 몇 년동안 배운 지식과 현장에서 사용하는 지식의 차이가 크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현장에서 작은 소방관의 실수가 요구조자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내 역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요구조자에겐 햇병아리인 나도 모든 것을 의지할 수 있는 믿음직한 소방관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