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황포분교 새 단장, 꽃꽂이 체험에 작품 전시행사까지

지난 1996년 폐교됐던 장목면 황포분교에도 새봄이 왔다. 거제대학 평생교육원 꽃꽂이 강사인 서준홍 대표가 황포분교에 '황포 플라워랜드'를 꾸리고 지난 18일 오픈식을 가졌다.
조정제 장목면장, 김지수 황포마을이장 및 황포마을 주민들이 참석한 이날 오픈식에서는 꽃씨 나눠주기, 꽃꽂이 체험, 작품전시 등 행사가 진행돼 참석자들의 재미를 더했다.
아장아장 걸음마를 하는 아이의 손을 잡은 아버지,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 고운 꽃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찍기에 여념없는 모녀, 구부정한 허리를 타이르며 천천히 걷는 할머니 등 봄나들이에 나선 많은 상춘객들이 플라워랜드에서 향기로운 봄꽃의 매력에 흠뻑 취했다.
특히 꽃으로 생각과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전시공간에 마련된 플라워디자인 작품을 본 나들이객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전시실을 찾은 황포마을의 한 주민은 "70평생 살면서 꽃이라고 해봐야 산에 핀 진달래나 둑에 핀 개나리만 생각했지. 꽃으로 작품을 만들어 상까지 받는다니 신기하네. 이렇게 보니까 이쁘네, 예뻐"하며 박수로 장단을 맞췄다.
개인 및 단체를 대상으로 꽃꽂이 강의를 목적으로 문을 연 플라워랜드에 이처럼 마을 주민들이 함께 기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플라워랜드가 들어선 곳은 옛 황포분교다. 학생 수가 줄자 1996년 장목초등학교로 통합되면서 폐교됐다. 마을에 학교가 사라지자 주민들은 더 이상 아이들이 없다는 것 이상으로 큰 상실감을 맛보아야 했다.
마을 사람들은 "있을 때는 몰랐는데 막상 없어지니 서운함이 크고 왠지 뿌리를 잊어버린 것처럼 허전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러던 중에 서준홍 대표가 폐교된 학교를 임대해 운동장을 마당으로, 학교건물을 강의실로 재단장해 학교에 새 생명을 불어넣으니 환영하고 나선 것이다.
황포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읽은 플라워랜드 서준홍 대표도 예전에 학교가 간직하고 있던 모습을 가능한 그대로 간직하려고 애를 썼다. 운동장 한 켠에 있는 책 읽는 소녀상도 그 자리에, 꽃꽂이 강좌가 열리는 강의실 앞 쪽 벽에 걸린 녹색칠판도 고스란히 남겨뒀다.
또 황포마을 주민들에게는 플라워랜드를 항상 개방해 꽃과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농한기 때 노인들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무료 꽃꽂이 강좌를 여는 것은 보너스다.
서준홍 대표는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오목하고 작은 바닷가의 마을 한 켠, 아늑한 대지에 꽃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인지하고 자연의 선물을 감사히 여기는 마음으로 황포 플라워랜드를 열었다"고 설립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꽃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가길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해, 소중한 당신의 아이들과 가족을 위해 황포 플라워랜드를 방문해 달라"고 당부했다.
꽃을 심고, 가꾸고, 때로는 더욱 돋보이게 매만져 보는 이들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황포 플라워랜드. 지역민에게 꽃과 함께하는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주는 꽃·체험문화공간으로 성장할 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