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질환 풍치, 치석·치태 있으면 100%…방심은 금물, 30대부터 꾸준히 관리해야

환자 : 여기 어금니가 가끔 욱씬거리고 시큰거려요.
의사 : (검진 후) 잇몸이 조금 부어있네요. 잇몸 치료를 받으셔야겠어요.
환자 : 잇몸 치료요? 그거 말고 이를 씌워주세요.
의사 : 약간 변색된 부위가 있긴 하지만, 씌울 이유는 없어 보이는데요?
환자 : 충치가 있는 것 같으니까 이를 씌워주세요.
의사 : 욱씬거리고 시큰거리는 증상은 충치에서도 있을 수 있지만, 잇몸이 안 좋을 때도 많이 발생합니다.
환자 : 잇몸 치료하라는 얘기는 처음 들었어요. 이를 씌우는거 아니면 안 할래요.
의사 : 예, 그럼 치료하시고 싶은 생각이 드실 때 다시 오세요.
위와 같은 대화를 아주 가끔 하게 됩니다. 소통이 안 되는 것이지요. 치과의사의 눈에는 풍치인데, 환자는 충치 치료를 해달라고 하니 말이죠.
오늘은 충치와 풍치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구강 질환의 90% 이상이 충치와 풍치입니다. 둘 다 아주 흔한 질병이지만, 사람들과 얘기해보면 의외로 충치에 대해서만 심각하게 생각할 뿐, 풍치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선 충치부터. 충치는 스트렙토코커스 뮤턴스(streptococcus mutans)라는 세균에 의해 발병합니다. 이 세균은 음식물 중의 당(설탕) 성분을 먹고 산성 물질을 배설하는데, 배설물이 치아를 약화시켜서 이가 썩게 됩니다. 여기서 '당 섭취'와 '산성 배설물'이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을 적게 먹거나, 먹은 당을 빨리 없애버리면(이를 닦으면) 세균이 산성 물질을 배설할 수가 없겠지요? 혹은 신 맛이 나는 산성 음식물(식초, 쥬스, 탄산음료 등)을 먹지 않아도 이가 삭는 것을 방지할 수가 있겠지요? 즉, 충치를 예방하려면 충치가 좋아하는 음식물을 적게 섭취하고, 이를 잘 닦으면 되겠습니다.

다음으로 풍치. 풍치는 포피로모너스 진지발리스(porphyromonas gingivalis)라는 세균이 주요 원인균인데, 이 세균은 주로 잇몸에 서식합니다. 풍치를 일으키는 세균은 치아 뿌리 쪽에 붙은 음식물 잔사를 먹고 살아가는데, 치석과 치태가 있으면 풍치가 진행될 확률이 100%입니다. 잇몸(정확히는 치아 주위 조직)은 젊었을 때는 잘 견디다가 어느 순간 확 무너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3년 전만 해도 잇몸 문제가 전혀 없었어요"라고 말씀하시는 분을 꽤 자주 봅니다. 방심하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인데요, 이런 분들은 진료실에서 아주 흔하게 보는 편입니다. 안타깝지만, 이미 망가진 잇몸은 재생시키기가 불가능하며, 풍치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쪽으로 치료의 방향을 잡습니다.
하지만, 상태가 좋을 때에 비해 몇 갑절의 노력과 시간이 들게 됩니다. 풍치는 30대가 넘어서면 꾸준히 관리해야하며, 40-50대 이후에 시작하기엔 늦은 감이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라면 충치보다는 풍치를 걱정해야 하는 연령층일 것 같습니다. 너무 늦기 전에 치과 한 번 들러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