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방류수로 어장 황폐화"
"골프장 방류수로 어장 황폐화"
  • 배창일 기자
  • 승인 2012.04.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목면 황포해수욕장 주변 개울에 농약 냄새 퇴적토

마을주민 "종패 살포해도 허탕"…시, 수질검사 의뢰

▲ 황포마을 주민이 농약 냄새가 풍기는 퇴적토를 건져내고 있다.

지난달 27일, 장목면 황포해수욕장 환경정화를 위해 해수욕장을 찾은 황포마을 주민들은 깜짝 놀랐다. 해수욕장을 가로지르는 개울바닥이 농약냄새가 나는 진한 갈색 흙으로 뒤덮혀 있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문제의 갈색 흙은 물 흐름이 느려지는 개울하류에 집중적으로 쌓여 있었다. 장화를 신은 주민이 개울에 들어가 확인한 결과 쌓여있는 흙은 50㎝가 넘는 곳도 있었다. 은백색 모래가 바닥에 깔려 맑은 물이 흐르던 개울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마을 주민들은 드비치 골프장 조성으로 황포해수욕장 해변을 가로지르는 개울과 해수욕장 앞 바다가 오염됐다며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황포마을 김지수(59) 이장은 "해수욕장 위쪽에 드비치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깨끗한 수질을 자랑했던 개울에 탁한 물이 수시로 흘러들어 개울은 물론 해안 환경자체가 변해버렸다"면서 "골프장에서 방류하는 하수를 확인해 보니 연한 갈색 빛이 도는 물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이장은 "해수욕장 개울은 각종 치어가 떼 지어 올라올 정도로 수질이 좋았던 곳"이라면서 "지난해 여름 이후 골프장 측에서 계속적으로 하수를 방류한 결과 갈색 흙이 소하천 바닥을 점령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특히 황금어장이었던 해수욕장 앞바다도 지난해 골프장 영업이 시작되면서 큰 변화가 생겼다고 주장하며 농약 잔류량 검사 등 정확한 역학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이장은 "지난해 5,0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바지락과 꼬막, 해삼 등의 종패를 해수욕장 인근 지선에 살포했다"면서 "수확을 위해 올 들어 3번이나 감정을 했는데도 조개류 등이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수욕장 인근 해역에서 어장을 운영하고 있는 주민 김만철(61) 씨는 "2010년도까지만 해도 감성돔, 도다리, 숭어 등이 많이 잡혔다"며 "그런데 골프장 개장 이후 물고기가 사라진 것은 물론 굴, 홍합, 미역 등의 패류와 해조류도 자취를 감춰 버렸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또 "해수욕장과 불과 몇 ㎞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아직도 어패류가 많이 나고 있다"면서 "유독 이 지역만 수산물 생산량이 급격히 떨어지고 백화현상까지 발생하는 것으로 볼 때 골프장에서 방류하는 하수의 영향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골프장 측은 "최근 비가 많이 오면서 개울 하류에 작은 흙알갱이가 퇴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서울지역 환경영향평가 기관에 정확한 진단을 의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골프장 하수처리시설 최종 방류지역에서 개울로 흘러드는 시료를 채취해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한 상태"라면서 "수질검사 결과가 나온 뒤 그에 따른 행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골프장 토양에 대한 농약 잔류검사를 4월 중 실시할 예정"이라며 "정확한 원인 분석에는 시간이 조금 걸릴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