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서 = 묵향 그리고 어머니(시서화집), 산마을에 아지랑이 내리고(진화선생시집), 악보없는 거문고 소리(서집), 세월 한 자락 몽당 붓 한 더미(서집)
남도의 작은 도시 거제·통영에서 민족문화예술인들이 뜻을 모아 새로운 꽃 한 송이를 피웠다. 거제·통영민족예술인총연합회를 창립한 것이다.
민족예술인총연합회는 문화예술의 성과를 대중화하고 민족통일을 지향하는 예술인들의 단체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된 민주화운동에 부응하기 위해 지난 1988년 설립됐으며 진보적인 성향의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며,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민족적임을 표방한 거제·통영민예총 진영세 지부장을 만나 통영거제 민예총의 설립배경과 향후 활동계획을 들어봤다.
서예가인 진영세 지부장은 민예총 지부 설립의 배경을 묻자 대뜸 '더불어 숲' 이야기부터 한다. 들판의 나무 한 그루는 비바람에 흔들리고, 거센 물난리에는 뿌리까지 뽑힌단다. 하지만 나무 하나, 하나가 숲을 이루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는 것.
비바람과 물난리를 피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숲속은 다양한 동식물들의 보금자리가 되는 것이 '더불어 숲'이다. 따라서 미술 음악 문학 영상 연극 사진 등 다양한 예술가들이 모여 예술이라는 '더불어 숲'을 만드는 것이 거제·통영민예총의 지향점이라고 밝혔다.
민족예술은 "함께 하는 것"
거제·통영민예총의 설립은 비교적 순조로웠다. 궁극적인 목표가 우리 문화를 계승·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대중이 우리 문화를 함께 누리는 것에 있음을 참여자들이 공유했기 때문이다.
거제와 통영이 오랜시간 지역의 예술과 문화를 발전시켜 온 것이 설립의 토대가 되기도 했다.
진 지부장은 "민족예술은 특정인들만이 누리는 것이 아니며, 보는 문화, 보여주는 문화는 더더욱 아니며, 배우와 관객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한다.
삶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과 놀이가 결합된 생활문화, 생활예술이 곧 민족문화이며 대중이 우리 문화를 함께 누리는 것이야 말로 민족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것이다.
우리지역의 역사와 문화, 사람들과 함께 숨쉬며 소통하는 예술문화단체, 권력이 아니라 봉사하는 예술단체를 만들겠다는 것이 진 지부장의 각오다.
그래서 거제·통영민예총의 슬로건은 '가슴 따뜻한 진보예술 추구'로 정했다. 진정한 예술인들의 작품이 경제논리에 좌우되고 예술단체가 하나의 세력으로 변질되는 현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거제·통영민예총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