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다닥 탁탁!'
호면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거친 숨소리. 대지를 진동시킬 듯한 힘찬 발걸음에 이어 터져나오는 우렁찬 기합. 죽도가 질러대는 강렬한 타격소리.
검도가 정한 예절을 지키며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단련시키는 초등학생들이 있다. 그렇다고 단순한 동아리 학생들로 보기에는 기량이 너무 뛰어나다.
지난 2월 경남 초·중·고교 종합체육대회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두면서 학교와 학부모들로부터 관심을 끌고있기 때문이다. 검도의 매력에 흠뻑 빠진 화제의 주인공은 거제초등학교(교장 안재기) 검도부 동아리 학생들.
동아리 학생들이 검도를 배우게 된 동기는 다양했다. 검도관장의 권유로 시작한 친구가 있는가 하면, 무작정 검도가 멋있어 보여서 목검을 든 학생들도 있다.
5학년 이용호군은 "검도를 배우는 친구를 따라 검도관에 갔다가 관원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재미있어 보여 시작하게 됐다"면서 "집안 형편이 넉넉치 않아 관장님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검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때는 대부분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다. 물론 유치원생 때부터 배웠던 친구들도 있고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검도관을 찾은 학생도 있다.
아직까지 정식 동아리는 아니지만 거제초교 검도부 동아리 학생들의 수상실적은 화려하다. 올해만 해도 경남 초·중·고교 종합체육대회 검도부 단체전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경남 회장기대회 개인전에서도 우승을 했다. 지난해에는 진주시장기, 성남시장기, 전국 검도대회 등에서 우승과 준우승, 3위 등에 올랐다.
검도부 동아리의 에이스는 6학년 박창근군. 지난 2월에 열린 SBS 전국 검도왕 대회에서 전국의 내로라하는 고수들을 제치고 준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박군이 가장 자신있어 하는 기술은 역 허리치기. 이 기술로 전국의 고수들을 차례차례 꺾으며 결승에 진출했다. 천하의 박군이지만 첫 대회출전 때는 보기좋게 예선전에서 탈락했다. 그 뒤로부터 한 경기 한 경기가 결승전이라고 생각하며 임한다고 한다.
박군은 "손목머리치기가 부족한 점이 있다"면서 "앞으로 기술을 보완해 더 많은 대회에 출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24명의 학생으로 구성된 거제초교 검도부동아리의 수련터는 무천검도관(관장 김형규)이다. 학생들은 학교가 끝난 뒤 무천검도관에 모여 기량을 쌓고있다.
검 잡는 법을 배우고나면 발동작인 밀어넣기를 익힌다. 그 뒤 가장 먼저 시작하는 공격법은 머리치기. 호면과 호구를 때리는 둔탁한 소리에도 아픔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고 한다.
학교에서 전교회장을 맡고있는 6학년 오태경군은 "연습 때는 기본기를 익히는 반복훈련을 가장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 "검도를 시작한 뒤 집중력도 높아지고 폐활량도 좋아지는 등 체력적인 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한층 성숙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검도가 가르치는 다섯가지 예는 국기에 대한 예, 도장에 대한 예, 사범에 대한 예, 상호간의 예, 제자나 후배를 대하는 예 등이다. 도장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예의범절을 중시한다.
5학년 배재용군은 "검도를 배울 때는 가장 먼저 예의범절부터 배운다"며 "기술은 그 다음"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거제초교 검도부 동아리 부원들은 개인전과 단체전 등 전국에서 열리는 10여개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다. 우승의 달콤함을 맛본 부원들은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다른 부원들은 우승의 영예를 안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학교측에서도 검도부 활성화를 위해 정식 동아리 설립 등 다양한 후원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다. 강연숙 교무부장은 "토요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에 검도교실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검도를 교기로 지정해 전교생들이 검도의 진정한 묘미를 배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예를 존중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간직한 채 품위를 지키며 수련에 임하고 있는 거제초교 검도부 동아리. 전국 최고수를 향한 당당하고 힘찬 그들의 노력이 아름다운 결실을 맺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