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예수님, 안녕하세요? 저는 구로동에 사는 용욱이예요. 구로초등학교 3학년이구요. 우리는 벌집에 살아요. 벌집이 무엇인지 예수님은 잘 아시지요? 한 울타리에 55가구가 사는데요, 1, 2, 3, ... 번호가 써 있어요. 우리 집은 32호예요. 화장실은 동네 공중변소를 쓰는데 아침에는 줄을 길게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해요. 줄을 설 때마다 21호에 사는 순희 보기가 부끄러워서 못 본 척하거나 참았다가 학교 화장실에 가기도 해요.
우리 식구는 외할머니와 엄마, 여동생 용숙이랑 4식구가 살아요. 우리 방은 할머니 말씀대로 라면박스 만 해서 네 식구가 다 같이 잘 수가 없어요. 그래서 엄마는 술집에서 주무시고 새벽에 오셔요. 아빠는 청송교도소에 계시는데 엄마는 우리 보고 죽었다고 말해요. 예수님, 우리는 참 가난해요. 엄마는 술을 많이 먹어서 간이 나쁘다는데도 매일 술 취해서 어린애마냥 엉엉 우시길 잘하고 우리를 보고 "이 애물단지들아! 왜 태어났니? 같이 죽어 버리자"라고 하실 때가 많아요.
마침 어린이날 기념 글짓기대회가 덕수궁에서 있다면서 우리 담임선생님께서 저를 뽑아서 보내 주셨어요. 저는 청송에 계신 아버지와 서초동에서 꽃가게를 하면서 행복하게 살던 때 얘기를 그리워하면서 불행한 지금의 상황을 썼거든요. 청송에 계신 아버지도 어린이날에는 그때를 분명히 그리워하시고 계실 테니 엄마도 술 취하지 말고 희망을 갖고 살아 주면 좋겠다고 썼어요.
예수님, 그날 제가 1등 상을 타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아시지요? 그날 엄마는 너무 몸이 아파서 술도 못 드시고 울지도 못하셨어요. 그런데 그날 저녁에 뜻밖에 손님이 찾아오셨어요. 글짓기의 심사위원장을 맡으신 할아버지 동화작가 선생님이 물어물어 저희 집에 찾아오신 거예요.
할아버지는 엄마에게 "똑똑한 아들을 두었으니 힘을 내라"고 위로해 주시고는 자신이 지으신 동화책 다섯 권을 놓고 돌아가셨어요. 저는 밤늦게 까지 할아버지께서 지으신 동화책을 읽다가 깜짝 놀랐어요. 책갈피에서 흰 봉투 하나가 떨어지는데 펴 보니 생전 처음 보는 수표가 아니겠어요. 엄마에게 보여드렸더니 엄마도 깜짝 놀라시며 "세상에 이럴 수가, 이렇게 고마운 분이 계시다니"하고 말씀하시다가 눈물을 흘리셨어요.
함 보세요!! 너무도 신기한 일이 주일날 또 벌어졌어요. 엄마가 주일날 교회에 가겠다고 화장을 엷게 하시는 것이었어요. 엄마가 교회에서 얼마나 우셨는지 두 눈이 솔방울 만해 가지고 집에 오셨더라구요. 나는 엄마가 우셨길래 또 "같이 죽자"고 하면 어떻게 하나 겁을 먹고 있는데 "용욱아, 그 할아버지한테 빨리 편지 써, 엄마가 죽지 않고 열심히 벌어서 주신 돈을 꼭 갚아 드린다고 말이야" 라고 하는 것 아니겠어요. 저는 엄마가 저렇게 변하신 것이 참으로 신기하고 감사했어요.
고마우신 예수님! 참 좋으신 예수님 감사합니다. 할아버지께서 사랑으로 주신 수표는 제가 커서 꼭 갚을게요. 그러니까 제가 어른이 될 때까지 동화 할아버지께서 건강하게 사시도록 예수님이 돌봐 주세요. 이것만은 꼭 약속해 주세요. 이 세상에서 최고의 예수님을 용욱이가 찬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