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제의 경우도 거제현에서부터 통영군으로, 다시 거제군에서 장승포시를 포함한 거제군으로, 시민들이 영문도 모르는 사이에 몇 번씩 명칭을 뜯어 고친 적이 있었다.
지금 항간에서는 경남의 몇 곳을 다시 행정 통폐합하는 구상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그 가운데 거제와 통영, 고성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오래전부터 세계적인 지역경쟁의 구도가 거대한 대도시끼리의 글로벌 경쟁으로 치닫고 있었고, 그 여파로 우리나라도 수도권, 서해안권, 동남권 등의 광역도시화가 어느 정도 긍정적인 경쟁구도로 주목되었다.
그 밖에도 특화도시, 관광을 위주로 하는 제주 같은 특별자치도시 같은 기능별 행정구도가 주목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행정체계나 행정구역의 현실적이고 능률적인 개편은 당연한 과제다.
이미 한 세기가 지나버린 구시대적 잔재의 허울을 그대로 쓰고 앉아 행정의 효율을 기대하거나 불편과 답보가 눈에 훤한 지역적 모순을 방치하는 일은 옳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매사가 일률적이거나 모방에 매달리는 식의 일방적인 제도 개선이 되어서는 안된다.
지역적 역사문화와 특성, 산업화의 효율과 교통구도의 편이성 등 지역마다의 입지에 따라 통합이 당연하거나 부당한 곳이 많다.
거제의 경우 오래 전부터 지형의 특이성 때문에 이런 분별이 모호한 부분이 있었다. 특히 거가대로가 신설된 이후 거제는 생활공간의 이동성이나 유통, 문화적 밀착성이 부산과 더욱 가까워졌다.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장차 변화의 추이에 따라 동남권이나 남해안 시대의 발전 축에 의해 남해안 관문으로서의 새로운 입지를 강화할 공산이 크다. 행정구역의 통폐합이 당장의 가치나 형편만으로 저울질 되어서는 안된다.
지금 당장 거제가 여타지역 보다 형편이 좀 더 낫다고 해서 손익을 따지거나 가부를 결정해서도 안 되지만, 목표나 통합가치를 너무 멀리 두고 지금 세대는 불편을 감수하라는 식의 통합도 추진되어서는 안된다.
특히 요즘 툭하면 여론을 수용한다는 전제로 천 명이니 몇 분의 일이니 해서 일방적 수치로 전체적 결정 사항을 가늠해버리는 방식은 더욱 경계해야 한다.
식민지 행정 통치의 잔재들을 아직도 당연한 제도로 받아 들여 그것대로 가야한다는 고루한 의식이 우선 청산되어야 하고, 공동체의 합의를 올바르게 이끌어낼 대안을 내 놓고 그걸 설득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무슨 일을 하는데 차라리 안 한 것만도 못한'일을 위한 일'을 자주 만드는 사람들이 걱정스럽다는 뜻이다.
특히 이런 일에 몇 년이면 달라질 입지를 가진 정치나 정권이 개입하고, 기득권을 가진 행정단체나 인사들이 설치는 경우는 더욱 경계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