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날이었던 지난 5일, 가족들과 거제를 찾은 관광객 A(54·울산광역시) 씨는 큰 곤혹을 치렀다.
바람의 언덕과 해금강 방향으로 차를 운전한 A씨. 가족 나들이로 들떴던 마음은 이내 짜증으로 변해 버렸다. 해금강 초입인 함목해수욕장 이전부터 밀리기 시작했던 차량 행렬이 끊일 줄 몰랐기 때문이다.
함목해수욕장에서 목적지인 바람의 언덕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30여분. 바람의 언덕 주차장에 도착해서도 주차공간이 없어 발을 동동 굴러야만 했다.
A씨는 "어느 관광지나 차량 정체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해금강 지역은 정도가 심한 편"이라면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감상하는 시간보다 차 안에서 허비하는 시간이 더 많아 웬만한 인내심을 갖지 않고는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일 자체가 어려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주말이면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남부면 해금강과 동부면 학동 흑진주해수욕장 인근 도로가 주차장을 방불케 하고 있지만, 차량 소통과 주차문제 해소에 대한 대책이 없어 관광객들의 불편이 계속될 전망이다.

해금강의 경우 입구인 함목해수욕장 이전 도로에서부터 차량이 꼬리를 물며 거북이걸음을 계속했고, 학동 흑진주 해수욕장 인근 도로도 지·정체가 지속됐다.
바람의 언덕 입구에는 마을 주민들과 공무원, 경찰 병력이 투입돼 통제에 나섰지만 밀려드는 차량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도장포마을 주민 B씨(47)는 "4월말부터 주말이면 관광차량이 밀려들어 함목해수욕장에서 해금강까지 차량 지·정체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차량 소통을 위해 인력을 동원하고 있지만, 도로 여건상 뾰족한 방법이 없어 관광객들에게 민망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학동 흑진주해수욕장 인근 도로도 사정은 마찬가지. 주차장 곳곳이 비어있었지만 도로 양쪽으로 불법 주차된 차량들 때문에 교행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여기에다 무단횡단을 일삼는 관광객들 때문에 사고위험성까지 높은 형국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구체적인 대책 마련은 요원한 실정이다. 해금강 지역의 경우 편도 1차선이라는 구조적 한계점이 분명 한데다 임시 주차장 부지 확보에도 어려움 있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학동에서 해금강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주말에만 일방통행으로 지정하고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방법 외에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타계책이 없다"면서 "학동의 경우에는 우회도로가 개설되면 차량 지·정체 현상이 상당부분 사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