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민간인 희생사건 첫 위치 확인
거제 민간인 희생사건 첫 위치 확인
  • 박유제 기자
  • 승인 2012.0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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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 박물관 조사, 송정고개 '유해발굴 가능' 판정

언론과 민간인에 의해 드러나기 시작한 '거제 민간인 학살사건'
▲ 경남대 박물관 조사팀이 연초면 송정고개 협곡에서 민간인 학살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집단 총살에 731명이 사흘에 걸쳐 수장되기도 

거제도 지역의 민간인 희생 사건은 부역혐의사건, 국민보도연맹사건, 군경토벌 민간인 희생사건 등 3개 사건으로 나눠 조사가 이뤄졌다.

조사 결과를 추려보면 1949년 3월부터 약 3개월 동안 38명의 민간인을 구조라리 인근 야산 등에서 살해하는 등 1950년 4월까지 많은 민간인을 희생시켰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사건이 동부면 구천계곡 사건이다.

10여 차례에 걸쳐 민간인 310명이 총살당했고, 49년 7월 연초면 송정리, 50년 4월 일운 구조라, 둔덕 방답, 장승포 신사 등지에서 민간인 70여명이 희생되기도 했다.

한국전쟁 발발 후 민간인 희생의 대표적인 사건은 국민보도연맹사건이다. 1950년 7월21일 보도연맹원 731명이 호출장을 받고 거제경찰서에 강제 집결한 뒤, 7월24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지심도·외도·칠천도 앞바다에서 모두 수장됐다.

이 같은 내용의 조사 결과에 따라 진실화해위는 국가의 공식사과와 유해 발굴, 희생자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역사기록 수정 등을 국가에 권고했다.

유족회·시의회 등 지역 차원의 외로운 싸움 

하지만 그 뿐이었다. 정부와 국회는 진실규명, 희생자 명예회복, 유족들에 대한 피해보상 등을 감당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05년 6월 11일 55년 만에 민간인 학살 위령제가 장승포수협 옆 물양장에서 처음 개최된 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도 연초면 천곡사에서 '한국전쟁 전후 거제지역 민간인 희생자 제2회 합동 위령제'가 열렸다.

시의회에서는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 건립을 촉구하고 나섰다. 시의회 유영수 의원은 희생자 유족들에 대한 국가의 사과, 가족관계등록부의 정정, 위령제 봉행 및 위령비 건립 등의 위령사업 지원, 희생현장 안내판 설치, 유해 발굴, 유해 안치장소 건설 등의 지원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지자체 차원의 첫 유해매장 현황조사 착수

그러나 유족회와 지방의회 차원의 이 같은 노력에도 정부와 국회 차원의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자 이번에는 경남도가 팔을 걷고 나섰다. 도는 경남대학교 박물관에 의뢰해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 8일까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희생사건 유해매장 현황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하청중학교 야산, 연초면 덕치리와 천곡리, 송정리 송정고개, 장승포동 공동묘지와 신사터, 능포항, 구조라리 옛 파출소 옆 학살지, 옥산고개, 구천리 야산과 서당골 등 12곳의 매장지를 확인했다.

특히 이 중 연초면 송정리 송정고개 협곡사이에는 아직도 유해 발굴이 어느 정도 가능하며, 지심도 수장지는 위치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경남대 박물관 조사팀은 밝혔다.

특히 섬이 많은 지리적 특성상 수장된 사람들이 많았는데 대표적인 곳이 731명이 수장된 것으로 알려진 지심도 앞 바다이다. 능포항의 경우 수장으로 희생된 사람들이 해안으로 밀려들자 주민들이 시신을 수습해 해안가에 매장했지만, 1963년 태풍 '사라'호에 의해 매장지가 휩쓸리면서 유해들은 모두 유실된 상태다.

난망한 후속 조치, 정부나 지자체 의지가 관건 

일단 경남도가 지자체로서는 처음으로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였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조사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는 난망하다.

수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조사를 의뢰한 경남도는 "향후 이뤄질 유해 발굴 및 각종 관련정책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뿐, 결국 국가기관 차원에서 자행된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이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자 지역일간지 등 일부에서는 "그럴 바엔 수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조사를 한 이유가 뭐냐"며 반발하고 있다. 경남대 박물관 김원규 연구원은 "유해 발굴과 위령사업 지원 등의 후속 조치를 계속 외면한다면, 진실화해위 진실규명이나 이번 현장 조사도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연구원은 또 "희생자들은 거제시민이고 경남도민이며 대한민국 국민이었던 만큼, 정부에 의해서든 지자체에 의해서든 당연히 후속조치는 이뤄져야 한다"면서 "중요한 것은 정부나 지자체의 적극적인 의지"라고 덧붙였다.

 

"여러분은 지금 학살된 원혼의 무덤위에 서있습니다. 여러분이 오르는 산 여러분이 헤엄치는 강과 바다, 여러분이 차를 타고 달리는 전국의 도로 곳곳마다 61년 전 재판도 없이 무차별 학살된 유골이 흩어진 채 방치되어 있습니다.  -중략-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반성하지 못하는 국민은 미래가 없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천인공노 할 역사의 범죄를 내 팽겨둔 채 도대체 무엇을 하시렵니까? 대체 민주주의가 무엇이며 정의는 또 무엇입니까?  

-거제 유족회 결의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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