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가 국민을 먹여 살리는 데 소홀하다면 국가 경영에 있어 가장 기본을 소홀히 한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이라도 농산물 수입국과의 통상 마찰에 의해 수입이 중단된다면 우리 국민의 7할은 하루아침에 굶어 죽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실정임에도 수입 의존도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으며 정부 정책도 변함이 없다.
한·미 FTA를 통해서 육류와 곡물시장은 몸살을 앓고 있다. 광우병의 위험성까지 존재하는데도 미국산 소고기는 버젓이 수입되고 있고, 쌀 재고가 넘쳐나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왜 쌀 가공품을 만들지 않느냐는 대통령의 한마디에 쌀국수집이 문을 열고 쌀라면을 비롯한 쌀 가공품이 속속 만들어지지만, 그 원료는 모두 수입쌀이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밤을 새워서라도 머리를 맞대서 쌀소비를 위한 가공품을 만들라 했지만 결과적으로 수입쌀의 가공 판매만 부추긴 셈이 되었다.
우리 쌀과 한우는 10년 전 가격으로 밑바닥을 치면서 생산비도 건져내기 힘든 실정이다. 과수시장은 어떤가? 한·칠레 FTA를 통해 칠레산 포도는 이미 식탁 점령을 끝냈다. 이렇게 육류와 곡물, 과수 시장까지 점령되고 이제 남은 것이라곤 양념채소와 신선채소 뿐인데, 우리나라의 기후와 위도가 비슷하고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산둥성에서는 한·중 FTA 말이 나오기 시작한 8년 전부터 마늘, 고추, 양파, 참깨를 비롯한 양념채소류와 신선채소 판매 타겟으로 우리나라를 지목했다. 그리고 대단위 하우스 단지를 조성하여 이미 준비를 끝내고 문 열리기만 기다리고 있다.
산둥성은 중국 전체 면적의 1.6%에 불과한 성이지만 우리나라 면적보다 1.7배 크다. 채소재배 면적은 172만여 ha로 우리나라 27만여 ha의 6배다. 과일재배 또한 60만여 ha로 우리나라 15 만여 ha의 3.9배다. 사과 생산은 우리나라의 16배에 달하고 품질도 우수하다. 세계무역기구가 동식물검역조치 협약에 지역화를 규정하고 질병이나 병해충 발병여부를 국가가 아닌 특정지역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한 점을 이용해 청정지대 육성으로 검역 빗장을 풀 준비를 차근차근 펼치면서 수출 경쟁력을 계속 확보해 가고 있다.
오늘도 산둥성은 발전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삼농(농업·농촌·농민)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죽의 장막'이라 불리며 동서냉전의 상징이었던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었지만 세계 경기 침체와 함께 수많은 문제점이 나타났다.
이렇게 우리 주변의 강대국들은 자국의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를 징검다리로 밟아 우리 농업을 괴멸시키려 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30년째 '경쟁력 강화'를 고장 난 축음기 틀어 놓은 듯 되풀이 하고 있다. 물론 우리 농민들은 그것이 허황된 구호에 불과하다는 것을 지난 30년의 농정으로 체득하고 있다.
1%의 국민과 1%의 대기업을 위한 경제 영토 확장에 앞서 우리 강토를 옥토로 만들어 대다수 국민이 건강한 밥상에 앉을 수 있도록 농업, 농촌, 농민을 섬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