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거제에 사는 A(여·27)씨의 휴대전화에 한 통의 문자 메시지가 들어왔다. 전화 통화만으로 3,000만원의 대출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급히 돈이 필요했던 A씨는 문자메시지에 찍혀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넘어 상대는 친절한 목소리로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소개비 30만원과 보증료 400만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보증료는 대출을 받고 난 뒤 다시 돌려주기 때문에 30만원으로 3,000만원을 대출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화 통화를 끝낸 A씨는 문자메시지로 들어온 2개의 은행계좌에 30만원과 400만원을 각각 송금한 뒤 다시 전화를 걸어 송금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전화기 상의 남자는 소개비 외에 또 다른 수수료가 있다면서 또 다시 돈을 요구했고, 순간적으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A씨는 전화를 끊은 뒤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결국 전화통화 만으로 그의 돈 430만원이 누군가의 주머니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거제지역에서도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거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사례가 급증해 하루 평균 2~3건의 피해사례가 접수되고 있다. 피해사례 가운데는 대출사기와 관련한 보이스피싱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거제지역에서 가장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대출사기 보이스피싱 수법은 대략 이렇다. 정상적인 대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핸드폰 문자나 이메일로 연락해 대출이 가능하다고 한 뒤 보증금과 수수료, 소개비, 작업비 등의 명목으로 일정금액의 돈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피해자들은 더 많은 작업비 등을 내게 되면 더 많은 돈을 대출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적게는 몇 십 만원에서 많게는 몇 천 만원의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대출을 해 주는 조건으로 휴대폰 개설을 요구하거나 매매가 되지 않는 땅을 팔아 준다고 접근해 감정 수수료를 받아내는 수법 등도 성행하고 있다"면서 "금융기관을 사칭해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등의 고전적인 수법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역에서 보이스피싱 피해사례가 급증한 것은 조선경기 둔화로 인한 서민가계 불안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월 지출액은 변함없는 상황에서 가계소득이 줄어들며 보이스피싱에 쉽게 속아 넘어가는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조선 현장 근로자의 경우 현저히 줄어든 잔업과 특근 등의 여파로 대출 등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환경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더 큰 문제는 보이스피싱에 속아 돈을 송금하거나 휴대폰 요금이 빠져나간다고 해도 이를 구제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다만 은행 간 거래의 경우 송금 뒤 10분 이내에 지급정지를 요청하면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보이스 피싱은 예방 이외에는 별다른 대처방법이 없다"면서 "주민등록번호나 통장 및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휴대폰 개설 등 개인 신상정보에 대한 정보나 돈을 요구하는 것은 100% 보이스피싱으로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