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선 망치는 개발 안된다
해안선 망치는 개발 안된다
  • 거제신문
  • 승인 2012.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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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석 칼럼위원

거제의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거가대교를 비롯한 새로운 시설들이 시간과 공간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그 변화만큼 새로운 개발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세월의 무상함이야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겠으나 늘 변화를 느끼는 세상사에서도 거제의 산천은 여전하고 생각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더욱 아름다운 섬으로 개발할 천혜의 관광보고라는 자부심을 갖는다.

그런데 개발에 관여하는 사람들에게 좀 간곡한 제안이 있다. 제발 해안선을 망가뜨리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연연 칠백리 굽이굽이 스무 백리'의 해안 길을 따라 만들어진 섬의 접점은 바다와 닿아있는 해안의 경치고, 그 연안과 포구를 따라 모든 정서가 이루어져 있다.

꼭 필요에 따라 다리를 놓거나 방파제를 만들어야 할 경우에도 되도록 주변의 환경과 조화될 미관을 고려해야 함이 당연하다.

그러나 해안도로를 달리다보면 참으로 어처구니 없이 시멘트 투성이의 건물로 해안 전경을 가려버리는 곳이 있고, 매립하지 말아야 할 곳을 매립해 천혜의 자산을 일시에 그르치고 만 광경이 목격된다.

누가 이렇게 황당한 작업을 한 것인지, 대체 눈을 감고 인허가를 내 준 것인지 울화가 치밀 때가 있다.

이런 점에 관한 질문으로 혹시 모를 편견을 점검했지만 식견을 가진 사람들은 한결같이 공감을 했다.

10여 년 전에 서울 남산의 한 외국인 아파트를 헐어내는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다. 한마디로 남산의 가치에 대한 공유성은 그 외국인 아파트가 가질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집값 비싸기로 소문 난 서울에서 먼 발치로 바라보는 남산의 언저리에 예사로이 바라 볼 그 아파트 건물이 여지없이 헐리는 모습을 보면서 도시행정의 참뜻을 아는 그들의 처사에 감사하기 그지없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지금 거제의 해안도로에서 시야를 막고 있는 구조물들은 당연히 철거돼야 한다. 그 대표적인 곳이 사등면과 일운면에 있다.

특히 지세포는 보물과도 같은 백사장을 일부 이기심에 사로잡힌 어장주들의 전횡으로 망가뜨리고 거기에 모자라서 각종 시설물을 갯가에 잔뜩 만들어 놓았다.

전문성이 없는 마을주민들의 동의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스스로의 미래를 망치는 이런 개발만은 행정당국이 막아야 한다. 더구나 천혜의 피항지로 알려진 포구 가운데 방파제로 흉물스럽게 가로막은 광경을 왜 방치하고만 있는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호수 같은 포구에 이중삼중의 피항시설을 했다고 우길지 모르나 천만의 말씀이다. 그 항에는 그런 흉물 말고도 얼마든지 정박과 피항을 할 자연적 여건이 갖춰진 곳이다.

특정인이나 소수의 편의를 위해 후대로 이어져 갈 천혜의 자연보고를 함부로 망가뜨리는 난개발은 지금 당장이라도 행정당국이 팔을 걷어 부치고 막아야 한다.

이런 당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대체 해결할 그 당사자가 누군지, 소귀에 경 읽기가 될 얘기로 치부될까봐 걱정스럽지만, 제발 후대를 위해서라도 거제를 거제답게 보존하려면 차를 타고 지나는 해안 정경만이라도 제발 막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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